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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스페인 고등법원 "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괴한 중 1명, FBI와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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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페인 우체부가 지난 13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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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등법원이 26일(현지시간)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 1명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현지 언론 엘파이스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고등법원은 수사 상황을 토대로 작성한 공식문서를 통해 지난달 22일 스페인 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이며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고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포르투갈로 간 후 미국행 비행기를 탑승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고등법원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한국, 미국, 멕시코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이들이 당시 대사관 직원들을 수시간 동안 결박한 후 USB 메모리 2개, 컴퓨터 2대, 하드 드라이브 2개, 그리고 핸드폰 1개를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스페인 고등법원에 따르면 이들 중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이름의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는 사건 발생 5일 후인 지난달 27일 FBI와 접촉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넘겼다. 고등법원 문서에 따르면 홍 창은 범행 전 마드리드의 한 상점에서 칼과 권총집, 고글 등을 구매했다. 한국 국적자 1명과 미국 국적자 1명 등을 포함한 다른 4명은 2월20일과 22일 사이에 현지 상점에서 양면 테이프와 덕트 테이프, 망원경 사다리 등을 구입했다. 이들은 이 같은 장비를 챙겨 지난달 22일 오후 4시34분에 북한 대사관으로 차를 몰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북한 대사관 직원은 이전에 사업가라며 대사관을 방문했던 홍 창을 알아보고 대사관 문을 개방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5일 전에 벌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이 사건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주장한 반북한 단체 ‘자유조선’이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세계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기밀 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면서 핵심 암호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를 도난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있는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은 암호문이 새어나가 비밀 전문으로 지시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미국 연루설을 부인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라고 대답했다.

스페인 당국은 이후 경찰의 정보부서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CNI)을 투입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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