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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금강산’ ‘도봉산’ ‘포천 금수정’ 조선 후기 3대 명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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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옛 문헌 5편에서 빠짐없이 언급돼… 17세기 후반 교통-상업 발달로 부각

자연경관에 풍류 더해져야 ‘인정’

동아일보

조선 문인들이 꼽은 전국 최고의 명승지 3곳인 금강산(위쪽 사진), 도봉산과 포천 금수정(아래쪽 사진 왼쪽부터).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전국 단위로 명승 목록을 제시한 19세기의 대표적인 문헌 5건에 기록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동아일보DB·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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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과 단점을 이처럼 숨길 수 없다. 그런데 이 누각을 보니 뒤에는 큰 산에 기대고 있으면서도 바짝 다가서 있지 않고, 좌우에 들이 펼쳐져 있되 넓고 좁기가 적합하다. 아무래도 이 누정을 ‘집대성’이라 해야겠다.”

조선 후기의 문신 남학명(1654∼1722)은 남한강을 품에 안은 충북 제천시 청풍 한벽루(寒碧樓)의 빼어난 경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유금산기(遊錦山記)’ ‘유사군기(遊四郡記)’ 등의 저서에서 전국의 명승을 개성 넘치는 표현으로 평했다. 계룡산을 바라보며 “공자가 봄날 행단에서 강학할 때 안회와 증점이 거문고를 튕기는 듯하다”며 극찬했고, 전북 남원시 광한루에 대해서는 “못은 넓고 시내가 가까우며 먼 산도 모두 수려하고 빼어나지만 앉은 자리가 평범하다”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17세기 후반 이후 조선의 선비들은 앞다퉈 명승지로 향했다. 조선 후기부터 급속히 발달한 교통과 상업 덕분에 여행이 대중화됐고,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구경할 만한 명승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마치 주5일제 도입 이후 전국적인 여행 붐이 일었던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

“무릇 명승이 명승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한 시대의 풍류가 있는 문사들이 시로 읊고, 글로 기록해야 한다.”

1761년 영조 때 문사 이현운은 명승의 정의를 이같이 내린다. 뛰어난 자연경관은 필요조건일 뿐이고, 인문학적 통찰이라는 충분조건이 더해져야 명승이 된다는 것.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것”이라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한 ‘명승’ 정의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22일 열린 명승학회의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조선 후기 전국 명승의 범위와 평가’를 공개했다. 안 교수는 “조선시대 수많은 문인이 남긴 시와 산문, 회화 등에 나타난 전국의 명승을 정리하고 목록화한다면 현재 문화재 보존·활용 정책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선 후기 최고의 인기 명승지는 어디였을까. 바로 ‘금강산’과 ‘도봉산’ ‘포천 금수정’이다. 안 교수는 명승을 다룬 대표적인 문헌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 ‘와유편(臥遊篇)’ ‘해좌명승(海左名勝)’ ‘팔선와유도(八仙臥遊圖)’ ‘청구남승도(靑邱覽勝圖)’ 등 5편을 분석한 결과 이 3곳만이 유일하게 모든 기록에서 언급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삼각산(북한산)과 남한산성, 단양팔경, 설악산, 변산, 광한루, 송광사 등 17곳이 4개 문헌이 소개됐고, 용문산과 한벽루, 관동팔경 등 25곳은 3개 문헌에 언급됐다. 안 교수는 “조선 후기 명승들이 누린 인기와 위계를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명승은 멋과 흥이 함께 어우러지는 역사를 간직해 왔지만 국보나 보물 등 다른 국가지정문화재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은 1970년 제1호로 지정된 강원 강릉시의 ‘명주 청학동 소금강’부터 최근 지정된 전남 강진군 ‘백운동 원림’까지 총 113건이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명승에 대한 문화재 정책이 보존을 중시하는 규제 위주로 진행돼 왔던 게 현실”이라며 “학계와 협력해 명승에 인문학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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