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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화제의 법조인]"미술 관련 법적분쟁 느는데 예술종사자 法 몰라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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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법 서적 출간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경직된 법조인 생활 30년 동안 그림 보면서 삶의 위안 느껴
서울대학원서 미술법 강의 7년째..法, 예술 뒷받침해 서로 발전해야


파이낸셜뉴스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사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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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법은 싸우는 모양새다. 예술이 세상을 둘러싼 관념과 도덕을 벗어나는 시도라면 법은 세상의 집합체다. 한쪽은 날아가려 하고 한쪽은 발붙이려 한다. 눈을 감고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술가와 법정에 선 검사는 서로 반대쪽에 있을 것만 같다.

■복잡한 현대미술 법적 분쟁도 많아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60)는 30년간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끝으로 2007년 변호사를 개업했다. 최근 미술법에 대한 책 '법, 미술을 품다'를 출간했다. 법조인이 미술이라니. 편견을 깬다. 그는 "과거 예술이 법과 대립 구도가 많았다. 현대로 가면서 법이 미술을 보듬어주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 제목을 직접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과 관련된 법적 분쟁은 점점 많아진다. 저작권법, 세금 관련 법 등 분야가 다양하다. 하지만 예술 종사자들이 법을 몰라 겪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많이 봤다"며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가 가난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후 예술인복지법이 발의됐다. 법이 예술을 뒷받침해주는 역할로 계속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낸 계기는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으면서다. 2010년 서울대 미술대 지도자 과정 중 하나인 예술문화과정(ACP)을 졸업했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던 그에게 대학이 미술법 강의를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는 특강인 줄 알고 받아들였다. 지금껏 7년간 서울대 미술대학원에서 '미술문화 관련법'을 가르친다"며 "전공 3학점짜리 강의다. 인기가 많다"고 웃었다.

책에는 실무적인 사례를 통해 법과 예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미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 사례를 최근 것까지 담아냈다. 가령, 김수자의 '바늘여인'이라는 작품에 관세가 부과된 사건을 예로 든다. 당시 설치미술은 생소했던 터라 미술품이라고 인정되면 무관세지만, 단순 물건으로 본 게 쟁점이었다. 법원은 바늘여인을 예술가의 감각이 깃든 미술품으로 인정해 무관세 판단을 내렸다.

■딱딱한 법조인 생활, 그림보며 위안

왜 법조인이 미술에 빠졌을까. 예술의 어떤 점이 그를 그림으로 이끈 걸까. 김 변호사는 "형사전문 변호사는 자칫 무미건조해진다. 검찰 경험도 그렇다. 남을 파헤치고 남의 잘못을 봐야 한다"며 "그림을 보면 어떤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생활의 건조함을 벗어날 수 있다. 미술계에 빚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교도소를 다녀오는 길이면 종종 미술관에 들른다. 그는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된 의뢰인을 만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떵떵거리던 사람, 버림받은 사람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라며 "인간의 욕심과 허망함이 떠오른다. 겸손히 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술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

미술관에 늘어선 그림을 보면 따듯함이 밀려온다. 충만함이 있다. 김 변호사가 좋아하는 화가는 고야. 그는 "고야는 스페인 궁정화가였다. 동시에 일반 서민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며 "청력을 잃으면서도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내보이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캔버스에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있을 법도 하다. 김 변호사는 그림 속에 놓인 마음들을 법으로 지탱하겠다는 마음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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