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주주들이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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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이 조만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측의 협상 결과가 아시아나의 회생 여부를 가를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선 아시아나의 우량자산 매각,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채권단의 담보비율 완화 등이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 “반성 담은 자구안 내놔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영난에 감사보고서 문제까지 불거지며 벼랑 끝에 몰린 아시아나는 이르면 이번 주초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가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만기(4월 6일)가 다가와 이를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MOU 연장을 거부하면 아시아나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공동관리 체제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채권단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400억원이고,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3,200억원이다. 차입금은 금융리스 부채(41%)와 자산담보부증권(ABSㆍ36%)가 대부분이고, 금융기관 차입금은 14% 정도다. 아시아나 측은 국적항공사이자 기간산업인 점을 고려해 채권단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는 분위기지만, 채권단은 납득할 만한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경영을 잘해온 게 아닌 만큼 자기 반성이나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며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다. 다만 채권단이 아시아나에 자산 매각, 차입상환 계획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부인하면서 “자구안과 경영계획이 제출되면 이를 검토한 뒤 채권단을 소집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 사재 출연 전망도
아시아나와 채권단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선택지를 두고 시장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항공운송에 필요하지 않은 아시아나의 우량 자산 매각이 검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각 대상으로는 레저전문기업 ‘금호리조트에어서울’,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인천공항 내 임대시설 관리업체 ‘아시아나개발’, 항공기 급유 및 지상ㆍ화물조업 전문업체 ‘아시아나에어포트’, 항공ㆍ공항ㆍ금융 등의 통합시스템구축업체 ‘아시아나IDT’ 등의 자회사 지분, 골프장ㆍ아시아나타운 등 부동산이 꼽힌다.
물러난 박삼구 회장 등 대주주의 사재 출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28일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안팎에서는 박 회장의 퇴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사에 4,000억여원을 대출해주면서 담보로 설정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 중 일부를 풀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부실을 우려해 대출금의 3배 수준에 달하는 높은 담보율을 적용했는데, 담보율을 낮추면 아시아나가 신규 여신 없이도 담보 해제 자산을 바탕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채권단이 토지 건물 부동산 등의 담보권을 일부 풀어주고 이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쓰도록 할 거란 구체적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다만 채권 은행들 간에 담보설정 기준과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이 방안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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