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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축제의 달이다. 4월엔 세계 어딜 가도, 봄 축제 하나쯤은 마주칠 수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세비야에선 매년 부활절 2주 후 월요일 자정부터 일요일 자정까지 '페리아 데 아브릴(Feria de Abril)'이 열린다. 워낙 규모가 크고 화려해 발렌시아의 불 축제,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페인의 3대 축제로 꼽히는 행사다.
페리아 데 아브릴이란 이름이 어렵다면, '4월의 축제'란 뜻만 기억하면 된다. 이름처럼 봄을 만끽하기 위한 이벤트다. 과달키비르 강변의 광장에 가설 천막 카세타(Caseta)를 300여 채 세우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술잔을 부딪치거나 춤을 춘다.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본고장 아니던가. 축제가 아닐 때도 '타블라오(Tablao)'라는 공연장부터 플라멩코 박물관까지 도시 곳곳에서 플라멩코를 접할 수 있는데 페리아 데 아브릴 기간엔 축제장에서 그 열정이 폭발한다.
몇 해 전 세비야를 여행할 때다. 그저 오렌지 꽃향기 흩날리는 4월의 세비야를 보러 갔는데, 마침 '페리아 데 아브릴'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세일 마지막 날 백화점에 도착한 손님의 심정으로 부랴부랴 과달키비르강을 건넜다.
강 너머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려한 색의 드레스를 입고, 정수리에 큼직한 꽃장식을 단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덩달아 기분을 내고 싶어졌다. 냉큼 파란 꽃장식을 사서 머리에 꽂고 축제장으로 향하는 행렬을 뒤따랐다.
축제장 안 열기는 봄날의 햇살보다 뜨거웠다. 형형색색의 카세타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어느 카세타를 기웃거리다, 테이블에 앉아 춤을 추던 할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다.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술잔을 들고 다가오는 게 아닌가. 잔에는 레부히토(rebujito)가 가득 담겨 있었다. 레부히토란 화이트 와인에 사이다를 섞은 축제 전용 술이다. 맥주에 사이다를 탄 것처럼 달고 청량했다. 잔이 비자마자 채워주는 친절한 할머니 덕에 연거푸 두 잔이나 마셨더니 갈증이 싹 달아났다.
대형 카세타에선 무대 위의 세비야나스(Sevillanas) 춤판이 벌어졌다. 세비야나스는 플라멩코의 특징과 정서가 녹아 있는 세비야 민속춤이다. 그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구경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와 일행을 무대 위로 끌어당겼다. 에라 모르겠다. 못 이기는 척 춤을 췄다. 흥이 났다.
또 다른 카세타에선 또 다른 할머니들과 레부히토를 홀짝이며 플라멩코를 감상하기도 했다.
카세타는 가족이나 친구 중심으로 운영해서 초대 없이 들어가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구나 싶었다. 이방인을 뜨겁게 맞이해준 세비야의 여인들 덕에 레부히토 맛을 알게 됐다. 그 후로 매년 4월이면 세비야가 떠오른다. '페리아 데 아브릴'의 카세타에서 마신 레부히토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우지경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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