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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생선 비닐 안돼" vs "비린내 어쩌라고"… 일회용품 규제 첫날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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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초밥 같은 건 포장돼 있어도 끈끈한 양념이 다 새어 나오고, 생선 같은 경우는 비린내가 풍기거나 물기가 흘러나오거든요. 고객들이 화를 많이 내시니까 원하시는 고객들에게는 랩이나 냅킨으로 한 번 더 감아서 드려요." - 롯데마트 수산물 코너 직원 박모(61)씨

비닐봉투 전면금지가 시행된 1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수산물 코너 직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선 등 포장된 상품을 일회용 비닐봉투에 담는 것이 금지돼 고객들의 불만이 커진 탓이다. 비닐봉투에 담아가지 않았던 초밥이나 수산물을 환불할 경우에는 더 고민스럽다. 상품이 완전히 망가져 재판매를 못 하고 폐기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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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객이 롯데마트 서울역점 수산물 코너를 구경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환경부는 이날부터 일회용품 단속에 들어갔다. 전국 2000여곳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슈퍼마켓, 복합상점가 등은 일회용 비닐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3월까지 현장 계도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롯데마트 입구에는 구매한 상품을 담기 위해 박스를 찾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박스를 포장하는 곳에만 열댓 명이 몰렸다. 특히 관광객들은 박스를 뜯기 어려울 정도로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고객지원팀 직원 이충우(44)씨는 "평소보다 3배 이상 박스가 나가고 있다"며 "박스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 정리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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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투가 사라지자 박스를 택한 관광객들. 상품을 포장하는 박스 코너에는 열댓명이 몰려 박스를 싸맸다./안소영 기자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 내부 과일코너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두세장씩 뜯어가는 손님이 많았다. 사람이 몰려 직원이 주의를 주기도 어려웠다. 이미 담겨있는 상품까지 한 번 더 일회용 비닐봉투에 넣으려 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고객들은 제도 시행 전, 환경부의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문수경(22)씨는 "취지는 좋지만, 모든 곳에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는 것은 힘들 것 같다"며 "구매한 장바구니를 돌려주면 환불해주는 제도가 마련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주부 이은미(57)씨는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데 소비자들한테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니냐"며 "대안 없이 ‘일단 안돼’식이라서 아쉽다"고 했다.

마트 직원과 손님간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마트 직원 이모(51)씨는 "지적할 수는 있지만 언성을 높인다거나 컴플레인을 하기 때문에 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며 "오늘도 500원짜리 다회용봉투를 그냥 가져가려고 하거나, 비닐봉투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고객을 말리느라 바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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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마트 과일 코너. 벌크 상태로 파는 과일을 골라 담을 때에는 비닐봉투 사용이 가능하지만, 한번에 2~3장을 뜯어가는 등 과하게 소비하는 손님도 많았다./ 안소영 기자



이따금 다회용 봉투 구매대와 환불대에서는 논란도 생긴다. 이마트 셀프계산대 근처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아무래도 다회용 봉투는 한번 쓰면 티가 나니까 손님들이 ‘새 걸로 달라’고 요구해 곤란하다. 손님들이 반납한 다회용 봉투에 음식물 냄새가 배서 환불해주고 바로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비닐봉투를 어떤 경우에 사용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안 된다는 규정도 헷갈려 고객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생선‧정육‧채소 등 이미 포장된 제품을 담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수분이 함유되거나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어패류, 두부, 정육) 등에는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이스크림이나 포장되지 않은 1차 제품(벌크 상태 과일, 흙 묻은 채소)은 일회용 봉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과자·젤리 골라 담기나 선물세트로 나온 패키지 쇼핑백은 불가능하다. 김서연(25)씨는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이 안 되는지 아직 많이 헷갈린다"며 "좀 더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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