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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르노삼성 협력社 "한달 더 파업땐 문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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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르노삼성의 파업이 한두 달가량 이어지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차체 프레스 부품을 생산해 르노삼성차에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르노삼성차 파업으로 매출이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부산 공장은 100% 르노삼성차에 납품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하면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르노삼성차의 노사분규가 길어지면서 협력업체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2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33곳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벌인 결과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부산 협력업체들은 15∼40%에 달하는 납품 물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 대부분이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고 생산량이 줄면서 잔업과 특근, 교대근무를 못해 고용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한 협력업체 대표는 "물량이 줄어들어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교육을 시키는 등 억지로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 물량이 더 줄어들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노는 인력이 대거 발생해 3조 2교대 근무제에서 2조 2교대 근무제로 바꿨다"고 말했다. 노면 충격 흡수장치를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최근 납품 물량이 15%가량 적어지면서 작업시간이 줄었고 현장 근로자 급여도 20% 이상 감소해 퇴사하는 직원이 생기는 등 생산 현장 동요가 심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업체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트를 납품하는 B사 대표는 "납품 물량이 줄면서 유휴인력이 발생하지만 통상임금은 그대로 지급할 수밖에 없어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도 통상임금의 30∼40%에 달하는 잔업수당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조의 부분파업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210시간가량 지속되고 있으며 르노삼성차의 직접적인 피해금액만 2100억원에 달하고 협력업체들 손실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C사는 "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납품 물량마저 40% 감소해 최근 300%에 달하는 근로자 상여금을 일괄 삭감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협력업체들은 생산 물량 감소로 고용유지에 애로를 겪지만 르노삼성차 파업이 불규칙하게 이뤄져 고용유지 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장군 정관에 있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파업 관련 정보가 거의 없어 예측이 어렵고 매일매일 생산과 파업 계획을 확인해야 하므로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을 3월에도 포기했다"며 "차라리 한 달간 파업한다고 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부로부터 휴업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르노삼성차는 계속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면서 위탁생산 중인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이 확정되지 않아 협력업체의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납품 비중이 60%에 달하는 D사는 "자동차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로그 후속 물량마저 받지 못하고 분규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상의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연간 매출은 6조7000억여 원으로 부산 기업 중 1위이고 지역 수출도 2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협력업체들 고용인원은 5000여 명으로 이들의 매출액만 5000억원에 달하는 등 부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4일까지 협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작업 전환배치 노조 동의 여부와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신규 인력 채용 등 쟁점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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