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의 신작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를 둘러싼 비밀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총 6부작으로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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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감독은 드라마의 원작자인 존 르 카레의 팬이다. 존 르 카레는 <리틀 드러머 걸> 외에도 <팅커 테일러 솔저스파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모스트 원티드 맨> 등 다수의 첩보소설을 쓴 스파이 소설의 거장. 그의 수많은 작품 중 <리틀 드러머 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활력이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는 스파이 소설의 아이콘이죠. 마치 탐정소설의 셜록 같은. 근데 그는 책상에서 계획을 짜서 지시만 내려요. 반면에 ‘리틀 드러머 걸’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더 나아가죠. 모든 걸 설계하는데 사람도 상대하고 직접 움직여요. 마치 프로듀서 같았죠. 내 직업 세계와 비슷한 면을 본 거예요. 아마 그래서 이 작품에 더 매료됐는지도 몰라요. 제가 ‘내가 이 드라마의 작가이자 프로듀서, 감독’이란 대사도 추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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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교차가 감각적으로, 실감 나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찰리가 상상하는 픽션 세계에 미셸(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은 초록색 재킷을 입고 있어요. 현실에서는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죠. 그리고 알렉산더 스카츠가 연기할 때도 태도를 완전히 다르게 했어요. 예를 들면 미셸일 때 거창한 제스쳐를 취하고 건방지고 무례한 플레이보이처럼 굴죠. 영어 억양도 다르고요. 그런 것이 글로 읽을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가오는 거죠.”
이번 작품이 주목받은 진짜(?) 이유인 첫 드라마, 첫 OTT 플랫폼과의 작업 등에 관해서도 물었다. 박 감독은 여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글쎄요. 아주 예전부터 영화감독도 드라마를 왔다 갔다 했어요. TV에서 영화에 오는 사람도 많고요. 큰 장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두 매체의 근본적 차이도 없고요. OTT에 대한 의견은 더 없어요. 이것은 대세고 현실이죠. 그거에 적응하냐, 아니냐의 문제지 좋다, 나쁘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 그저 고전적이고 우아하고 심리적인 스릴러를 목표해서 만들었을 뿐입니다. 언제나처럼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방향과 결합한 형태를 희망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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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계획을 가진 건 아니지만, 관심이 더 많이 가는 건 사실이죠. 딸이 성장하면서 더 그런 듯해요. 다른 이유는 유능해서 기용한 건데 어쩌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여성이 많다는 거죠.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란 게 있고 그게 더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성이 레이어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기도 좋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상하게 남성 위주 영화의 투자가 미뤄진다는 거죠(웃음). 여성 중심 서사가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가 봐요.”
박 감독이 언급한 남성 중심의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만들 서부극 스릴러 영화 ‘브리건즈 오브 래틀크리크’다. 투자사만 확정된다면 그의 차기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랜 시간을 들여 각본을 쓴 작품이죠. 완전히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아주 어두운 복수극이에요. 근데 말했듯이 투자 확정이 아직 안돼서 계속 미뤄지고 있죠. 국내에서 준비 중인 작품도 있긴 해요. 형사들이 나오는 미스터리 수사 스릴러예요. ‘리틀 드러머 걸’ 시즌2요? 글쎄요. 우리끼리 농담으로는 대학원생으로 변장한 스파이 이야기로 스핀오프를 만들자고는 했죠. 근데 사실 시즌제로 가기는 힘든 이야기라(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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