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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EPL 이적시장 진짜 승자는 구단도 선수도 아닌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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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매년 20% 넘게 올라 구단들 작년에만 3872억원 지급

경향신문

폴 포그바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슈퍼스타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 JuventusMania 트위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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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슈퍼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는 폴 포그바를 유벤투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시켰다. 당시 이적료는 8900만파운드(약 1327억원). 맨유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라이올라가 4100만파운드(약 610억원)나 챙겼다는 사실이었다. 라이올라는 유벤투스와 맨유, 그리고 포그바로부터 모두 수수료를 챙겼다. 라이올라가 그 거래의 진짜 승자였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 동시에 축구에서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축구에서 에이전트들이 챙기는 수수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5일 BBC 등이 잉글랜드 축구협회(FA)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과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에이전트들에게 지급한 수수료만 2억6000만파운드(약 3872억원)에 달했다. 2018년 2억1100만파운드(약 3143억원)에서 23.2% 증가한 액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지급하는 에이전트 수수료는 2016년 1억3000만파운드(약 1936억원)에서 2017년 1억7400만파운드(33.8% 상승), 2018년 2억1100만파운드(21.3% 상승) 등으로 매년 20% 넘게 오르고 있다.

구단별로는 리버풀이 4379만5000파운드(약 652억원)를 수수료로 지급해 1위에 올랐다. 리버풀은 골키퍼 알리송과 미드필더 파비뉴, 공격수 샤키리 등을 영입하면서 1억6390만파운드(약 2442억원)를 지출했는데 그에 비례해 에이전트 수수료도 많이 나갔다. 리버풀은 2018년에도 버질 반 다이크와 무함마드 살라흐 등을 영입하면서 2680만파운드(약 399억원)를 에이전트 수수료로 써 1위를 차지했다.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영입하는 데만 7100만파운드(약 1058억원)를 써야 했던 첼시가 2685만파운드(약 400억원)를 에이전트 수수료로 지급해 2위에 올랐고, 이어 맨체스터 시티(2412만파운드), 맨유(2075만파운드) 순이었다. 토트넘은 한 명도 새로 영입하지 않았지만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손흥민과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에이전트 수수료로 1114만파운드(약 165억원)를 지출했다.

에이전트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축구에 재투자되지 않고 순수하게 빠져나가는 돈이라는 시각이 그중 하나다. 웨스트햄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골드는 “에이전트들이 축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돈을 축구로부터 빨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수를 대리하면서 구단으로부터 수수료나 보너스를 받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리미어리그에선 거래의 약 80%가 이중대리로 이뤄지고 있는데 축구를 제외한 다른 사업 영역에선 이해충돌의 문제 때문에 이중대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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