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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travel abroad] 현지인처럼 즐기는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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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프런트 마켓과 라이프 마켓

(두바이=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시장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나 쇼핑몰이 아니라 현지인이 주로 찾는 시장에서 잠시나마 그곳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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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프런트 마켓에서 새우를 손질하던 흰 수염이 멋진 아저씨가 북적이는 현지인들 속에서 카메라를 든 여행자를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사진/한미희 기자]



◇ 바다 옆 데이라 워터프런트 마켓

두바이 크릭 북쪽 데이라 지역의 워터프런트 마켓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깔끔한 시설에서 바로 손질해 주며, 부둣가 옆 식당에 맡겨 요리로 먹을 수 있다.

약 500개의 생선 가게가 모여 있는 수산물 코너는 24시간 운영하는데, 최신 환기 시스템이 작동하고 매일 오후 2∼4시(금요일은 오후 12시∼1시 30분)에 하는 집중 청소로 불쾌한 냄새나 발 디디기 꺼려지는 고인 물 없이 쾌적하다.

고급 횟감인 다금바리와 같은 농어목에 속해 한국 사람들이 '두바이의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하무르(Hamour)가 1㎏에 45디르함(1만3천원), 갈치는 1㎏에 20디르함(6천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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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하무르 [사진/한미희 기자]



하무르와 갈치 한 마리씩을 사서 손질 코너에 가니 역시나 공장 수준의 규모와 깔끔함에 다시 한번 놀란다. 큼직한 새우를 쌓아놓고 손질하던 흰 수염이 멋진 아저씨가 북적이는 현지인들 속에서 카메라를 든 여행자를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생선 손질 비용은 종류마다 조금 다르지만 1㎏당 2디르함(600원) 정도다. 생선을 맡기고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면 전광판에 티켓 번호와 함께 어느 창구로 오라는 안내가 뜬다.

생선을 받아 들고 같은 건물에 있는 부둣가 옆 식당으로 가 생선을 맡기면 원하는 대로 요리를 해준다. 두 가지 생선으로 튀기고, 아라비안 소스로 굽고, 올리브 오일에 구워 레몬을 곁들이는 세 가지 요리법을 골랐다. 큼직하고 싱싱한 생선을 담백하게 요리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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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생선을 식당에 맡기면 바로 요리로 먹을 수 있다. [사진/한미희 기자]



기존의 데이라 피쉬 마켓을 재정비해 2017년 새롭게 문을 연 워터프런트 마켓은 12만㎡ 규모로, 수산물뿐 아니라, 고기, 과일과 야채, 건조식품 코너가 따로 있다. 과일과 야채는 대부분 수입이지만 하나같이 싱싱하고 저렴한 편이다.

두바이의 거의 유일한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 대추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곳 건조식품 코너를 지나치면 안 된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용 대추야자는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지만, 종류별로 잔뜩 쌓여있는 온갖 종류의 대추야자를 맛보고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다.

알이 크고 촉촉한 고급 품종인 메드줄이 1㎏에 30디르함(9천원)이다. '이따가 사야지'하고 지나쳤다가 촉박한 시간에 쫓겨 결국 다시 들르지 못해 후회한 유일한 품목이다. 수산물 코너를 제외한 육류, 과일과 야채, 건조식품 코너는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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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식품 코너에서는 갖가지 대추야자를 맛보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사진/한미희 기자]



◇ 주말 공원에서 열리는 로컬 마켓

두바이 경찰 학교 공원에서 주말(금·토)마다 열리는 라이프 마켓(Ripe market)은 현지인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 삼아 찾는 곳이다.

유기농 농산물과 수공예품, 옷가지 등을 늘어놓고 파는 판매대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주변으로는 피크닉 공간, 푸드 트럭, 음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테이블, 다양한 놀이 기구, 체험 공간, 중앙 무대 등이 옹기종기 둘러싸고 있다.

번쩍거리는 최신식 건물과 사암으로 지은 전통 건물의 단색에 익숙해진 눈에 야자수와 푸른 잔디, 알록달록한 깃발이 어우러진 이곳이 두바이의 그 어느 곳보다 싱그럽고 활기차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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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마켓의 놀이 시설 [사진/한미희 기자]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 속에서 요가 수업이나 각종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했다. 상상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날 사막에서 불어닥친 모래바람으로 사막만큼이나 황량했기 때문이었다.

일 년에 비 오는 날이 열흘이 채 안 되는 두바이에서 이틀 연속 비 구경을 한 것도, 95㎞ 떨어진 곳에서도 맨눈으로 첨탑을 볼 수 있다는 부르즈 할리파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모래 먼지에 갇힌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잠시 쉬느라 벤치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적나라한 모래 먼지의 흔적만을 남긴 채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온이 치솟는 여름에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즌 라이프 마켓은 4월 말까지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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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열리는 라이프 마켓 [사진/한미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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