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매년 푸드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질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두바이행사진흥청(DFRE)의 디렉터 수헤일라 구바쉬는 "두바이에는 2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 살고 있으니, 200가지 이상의 음식이 있는 셈"이라고 했다. 다양성이 곧 두바이 미식의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21일∼3월 9일 열린 제6회 두바이 푸드 페스티벌에서는 고급 레스토랑부터 현지인이 즐겨 찾는 저렴하고 맛 좋은 식당, 새로 떠오르는 맛집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대표 메뉴를 선보였다.
고급 향신료 사프란을 넣은 라테 [사진/한미희 기자] |
특히 올해는 커피 브랜드들도 처음 참여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로스팅한 커피를 끓여 마시는 것은 아랍에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라 메르 비치에 있는 카페 쿠파가와는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고급 향신료 사프란을 이용한 사프란 라테를 특별 메뉴로 내놨다. 사프란을 우려내 노란빛이 도는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으니, 맛도 보기 전에 그 아름다운 빛깔에 먼저 반했다.
사프란 특유의 쌉쌀한 향과 맛도 기대 이상으로 커피와 어우러졌다. 2017년 문을 연 라 메르 비치는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앞에 두고 카페와 식당, 상점들이 들어선 곳이어서, 금요일이면 브런치를 즐기는 현지인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히든 젬스'에 선정된 '딜 세 데시'의 벵골 음식 [사진/한미희 기자] |
음식 배달 플랫폼과 함께 선정한 현지인이 추천하는 숨은 맛집 '히든 젬스'(Hidden Gems) 최종 10곳에 꼽힌 '딜 세 데시'(Dil Se Desi)는 버 두바이 지역에 있는 벵골 음식점이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접한 인도 동북부 벵골 출신의 이민자가 벵골 전통 음식과 인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쌀과 계란, 닭고기가 주재료인 음식은 친숙한 편이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에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먹었던 음식의 느끼함과 더부룩함을 달래주는 기분 좋은 매운맛이었다.
두바이의 고급 레스토랑 21곳이 참여한 '레스토랑 위크'에서는 3코스 요리를 199디르함(6만원)에 맛볼 수 있다. JW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 '프라임68'에서는 숯불에 구운 안심 등을 메인 메뉴로 내놨다.
이곳에서는 68층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 야경이 덤이다. JW 메리어트 마르퀴스는 355m로, 단일 호텔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었지만, 2018년 이보다 1m 더 높은 제보라 호텔이 같은 셰이크자이드로드에 문을 열면서 타이틀을 가져갔다.
축제 분위기는 주메이라 비치에 마련된 '비치 캔틴'(해변의 식당)에서 즐길 수 있다. 유명 매장의 팝업스토어와 푸드 트럭이 모여들어 다양한 음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고, 쿠킹 클래스, 체험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돼 흥을 더한다.
비치 캔틴(해변의 식당)에는 유명 매장의 팝업스토어와 푸드 트럭이 모여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진/한미희 기자] |
비치 캔틴에서는 중동에서 현대 미술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두바이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두바이의 '아트 시즌'을 앞두고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바이에서는 3월이면 국제 아트 페어인 '아트 두바이'와 '시카 아트 페어'가 열린다. 세계적인 아트 페어로 성장한 아트 두바이(3월 20∼23일)는 저명한 예술가와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현대 미술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3회를 맞은 올해 행사는 마디낫 주메이라에서 열렸다.
비치 캔틴에 전시된 미술 작품 [사진/한미희 기자] |
알파히디 역사지구에서 열리는 시카 아트 페어(3월 16∼24일)는 두바이 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알리는 행사로, 올해 9회째를 맞았다. 전시회는 물론 공연, 영화 상영회,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열려 여행 기간이 맞는다면 놓치기 아까운 행사다.
산업 지역에서 예술구역으로 변신한 알 쿠오스 지역의 알세르칼 애비뉴를 비롯해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라이프스타일 공간 박스 파크(box park), 산업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두바이디자인지구(DDD), 그래피티 작품이 곳곳에 남아 있는 야외 복합 문화공간 시티 워크 등 예술가와 애호가들이 모이고 젊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힙플레이스'가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시티 워크의 그래피티 작품 [사진/한미희 기자] |
◇ 두바이 여행 정보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오후 11시 50분에 출발해 오전 5시 5분(현지시간)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여정은 오전 3시 30분(현지시간) 출발, 오후 4시 50분 인천 도착이다.
아랍어가 공용어지만, 영어가 상용된다. 거리의 이정표와 간판, 식당의 메뉴 등 접하게 되는 대부분 안내는 영어가 함께 표기돼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늦다. 통화는 디르함(AED), 1디르함은 300원 정도(2019년 3월 현재 308원)로 계산하면 된다.
금요일이 이슬람 휴일이어서 주말은 금∼토,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가 주중이다. 금요일 오후 푸짐한 브런치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고온다습한 사막 기후로 겨울인 11∼4월의 평균 기온은 15∼35도, 여름인 5∼10월은 35∼45도에 이른다. 겨울이 끝나고 여름으로 가는 4∼5월도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낮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비수기에는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최고급 호텔이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기도 하니 노려볼 만하다.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않고 자아 성찰을 하는 성스러운 기간이다. 외국인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호텔이나 리조트는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여행에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쇼핑몰이나 식당은 밤 영업시간을 늘리고, 일몰 후 먹는 첫 식사 이프타르(iftar)와 일출 전 간단히 먹는 수후르(suhoor)를 엿보고 맛볼 기회다. 올해 라마단은 5월 5일부터 6월 4일이 될 예정이다.
두바이 전역을 연결하는 메트로를 비롯해 버스와 수상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충전식 교통카드인 놀카드(Nol card)를 사는 것이 편리하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