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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아침 7시… '재활용 쓰레기'가 무더기로 왔다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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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해도 너무한 과대포장’

세계일보

째깍째깍. 지난 1일 밤 마음이 급해졌다. 벽시계의 시곗바늘이 익일배송 주문 마감 시한(오후 11시)을 향해 맹렬하게 달리고 있었다. 서둘러 온라인 쇼핑으로 필요한 식료품을 검색한 뒤 주문을 완료했다.

마감 10분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결제를 마쳤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2일 새벽 3시35분에 ‘배송을 완료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주문 후 5시간도 안 돼 배송사원이 다녀간 모양이다. 현관문을 열자 채소·고기·가공식품 등이 담긴 택배상자가 쌓여 있었다. ‘새벽배송’의 마술 같았다. 그야말로 ‘총알 배송’이라 불러도 손색 없었다. 최근 빠른 배송을 무기로 삼은 온라인쇼핑 서비스가 인기다.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신선식품 등을 바로 받아볼 수 있으니 소비자 호응도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3년 새 40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와 환경단체 등은 새벽배송을 하는 온라인쇼핑 업체(이하 새벽배송 업체)들의 포장 방식에우려를 나타낸다.

이들 업체가 ‘신선배송’을 이유로 일회용 포장재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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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포장재.


◆상자 하나에 냉동 돼지고기 하나 ‘달랑’

새벽배송 업체의 과대포장 수준은 얼마나 될까. 야근으로 일주일째 마트에 가지 못한 지난 1일,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표적 새벽배송 업체인 M사와 H사에서 장을 봤다. 마늘, 양상추, 달걀, 닭가슴살, 돼지고기 등 남편과 둘이서 3일 정도 먹을 양을 주문했다. 5시간도 안 돼 택배상자 6개가 도착했다.

종이상자 하나를 뜯었다. 이른바 ‘뽁뽁이’라 불리는 충격방지용 에어캡이 달걀 6개를 품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상자 안을 뒤져봤지만 다른 상품은 없었다. 달걀 하나를 보호하려고 에어캡 3장, 상자 1개가 쓰인 것이다. 4600원 정도 하는 ‘유기농 유정란’이라고 해도 과도한 포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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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만 특별대우를 받는 건 아니었다. 냉동 돼지고기 한 덩이를 담은 상자는 더했다. 혹여나 고기가 녹을까 은박 보랭 팩 안에 드라이아이스까지 함께 들어있었다. 상자 바닥엔 에어캡도 깔려있었다. 두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몸집보다 2배나 큰 아이스팩과 함께 은박 보랭 팩에 담겨 있었다. 양상추, 시금치, 버섯 등 다른 식재료들도 기본 자체 포장을 제외하고도 스티로폼 상자, 보랭 팩, 에어캡 등으로 두세 겹씩 보호막을 쳤다.

음식과 각종 포장재를 분리해 모아 보니 어째 알맹이보다 포장재의 부피가 더 컸다. 장바구니 하나면 해결됐을 장보기에 종이상자 5개, 스티로폼 상자 1개, 에어캡 등 비닐 포장재 12장, 은박 포장재 3장, 드라이아이스 3개, 아이스팩 3개가 쓰였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생긴 것이다. 이쯤 되니 돈을 주고 쓰레기를 산 건지 식재료를 산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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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우르르… “편리함과 환경파괴 맞바꾼 격”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는 것도 일이었다. M사 아이스팩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했다. 이 업체는 아이스팩 수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고객이 아이스팩을 반납하려면 재주문할 때까지 이를 갖고 있다가 내놓아야 한다. H사의 아이스팩은 겉비닐에 ‘내부의 물을 제거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지만 비닐을 잘라보니 얼음을 머금고 있는 스펀지가 나왔다. 얼음을 다 녹인 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했다. 은박 보랭 팩, 다량의 택배 테이프도 ‘종량제 봉투행’이다. 엄청난 양의 비닐 포장재와 스티로폼 상자도 나왔다. 따지고 보니 종이상자 5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잘 썩지 않아 골치인 소재다. 바깥에 나가기 싫어 배송서비스를 이용한 것인데 결국 양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문밖을 나서야 했다. 내 한 몸 편하자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보통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새벽배송은 물품 도착까지 고작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지나친 포장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혼 6년차 주부 김모(31)씨는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이 정작 과대포장으로 재활용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기가 찬다”며 “몇 번 주문해보니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겨 안 시킨다.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맞춰 커다란 종이봉투에 한 번에 배송해주는 대형마트 배송 서비스와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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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국민 일회용비닐 하나 줄이려 엄청난 노력… 업체는 과대포장 펑펑”

포장 방식과 관련해 M사 측은 통화에서 “상품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품목에 따라 냉동·냉장·상온으로 구분해 포장하고 있다며 “식재료 특성상 신선도가 떨어지면 위생상 문제가 생기거나 상품이 폐기돼 더 큰 자원 낭비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품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포장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서비스 론칭 이후 꾸준히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으며 4월 중 친환경 포장재(지퍼백)도 도입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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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단체 쪽에선 ‘소비자 편의로 과대포장이 불가피하다’는 건 업체 측의 변명이라고 꼬집는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업체 측에선 과포장이 소비자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며 “제품을 여러 겹 개별 포장하면 물건을 던져도 손상이 안 될 정도로 튼튼해져 배송이 빨라지는 등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사실상 소비자가 아닌 업체 측의 편리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을 많이 남기려는 이유도 있다고도 했다. 친환경 종이 완충재는 비닐 포장재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금 국민들이 일회용 비닐봉투 하나 줄이게 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배송업체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포장재를 쓰고 있다”며 “정부가 불필요한 포장은 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해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 일회용품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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