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궁궐로 떠나요, 아홉날 밤의 ‘과거 여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궁중문화축전 미리보기]

종묘와 덕수·경희 등 5대궁에서

과거시험 치르듯 ‘경복궁 삼행시’

왕실 내의원·궁중다과 이색 체험

최초 국립극장 ‘협률사’ 재현까지

40개 프로그램…4월27일~5월5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상전하 납시오.”

별이 총총 뜬 고요한 밤, 특별한 과거 여행이 펼쳐졌다. 지난 3일 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선 ‘미리 보는 궁중문화축전―화룡지몽’ 행사가 열렸다. 오는 27일부터 새달 5일까지 5대 궁(경복궁·덕수궁·창덕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에서 펼쳐지는 문화유산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을 묶은 사전행사다. 궁마다 ‘달빛기행’ ‘음악회’ 등의 행사가 있지만 5대 궁과 종묘를 묶어 열리는 행사는 궁중문화축전이 유일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궁중문화축전은 지난 4년간 200만여명이 관람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올해는 행사 장소로 경희궁을 추가했고, 궁중문화축전 기간 동안 각 궁에서 선보일 프로그램 40여개 중 7개도 맛보기로 준비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복궁’ 삼행시 장원급제요~!
일교차가 커 찬 바람이 씽씽 불었지만 에스엔에스(SNS) 신청을 통해 초청받은 100명 모두 궁내 흥례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주최 쪽이 나눠준 핫팩을 손에 든 이들은 이날 경복궁 일대를 한바퀴 돌며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과거시험, 경회루 판타지 ‘화룡지몽’,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생과방 다과 체험,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극장인 협률사가 올린 첫 유료공연 ‘소춘대유희’를 감상한다. 곤룡포를 입은 임금 역할의 배우가 “이렇게 매화 향기 좋은 밤에 백성들의 얼굴을 보니 좋구려”라고 덕담을 건네며 궁궐 안내에 나섰다.

임금이 관람객들과 처음 대면한 흥례문은 광화문과 경복궁 근정전 앞문(근정문) 사이의 중문이다.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을 하는 경복궁의 정전(正殿)이다. 왕을 따라 흥례문을 넘어 영제교에 다다르자 궁궐 호위군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뿔나팔 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사열한 호위군들은 침투한 자객들을 물리치는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공연은 경복궁에서 선보일 궁궐호위군 사열의식 ‘첩종’이다. 왕이 군사들을 집결시킬 때 쓰는 큰 종을 뜻하는 첩종은 왕이 문무백관과 궁내 병사들을 집합시켜 군기를 점검하는 의식이다.

박력 넘치는 호위군사들과의 포토타임까지 끝나고 이어진 건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과거시험. 관람객들은 근정전 앞에서 시험을 보던 옛날 선비들처럼 앉아 ‘경복궁’ 삼행시 시험을 치렀다. “(경)사스럽게 화룡지몽에 초대되어 (복)작복작한 잔치를 보다 보니 (궁)중문화축전을 즐기고 싶구나”를 써서 장원급제로 꼽힌 직장인 박수정(29)씨는 “역사를 좋아해 평소 고궁에서 하는 행사들을 즐겨 참여하는데 장원급제까지 해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회루 연못에서 용이 승천하는 ‘화룡지몽’
과거시험이 끝나고 이동한 중전의 처소 교태전에선 임금이 회임한 중전을 축하해주며 꿈에서 나온 용 이야기를 꺼냈다. 이때 ‘경회루에서 용을 보았다’며 대신이 말을 전하고, 임금과 중전이 황급히 경회루로 가면서 다음 공연이 이어진다. 이날 선보인 공연 중에서 하이라이트인 판타지극 ‘화룡지몽’을 볼 차례다. 경회루에 도착하자 선녀같이 고운 무용수들이 화관무로 관람객을 맞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서 어둠 속 연못 위로 나룻배를 탄 여인이 등장했다. 오르간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생황 연주에 맞춰 여인의 노래가 끝나자 연못 중앙에 용 한 마리가 쑥 올라왔다. 임금이 꿈에서 본 그 용이다.

신비로운 용의 강림을 구경한 관람객들은 이어 수정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정전은 세종 때 집현전으로 쓰이며 한글이 창제된 곳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고종 때 복원했다. 수정전에 도착한 관람객들은 덕수궁에서 이뤄지는 대표적인 의례행사인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에서 선보일 황실군악대의 연주를 미리 볼 수 있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 시간 걸으며 이동한 관람객들을 위해 다과와 차도 준비됐다. 궁중의 다과를 마련하는 처소인 ‘생과방’ 체험의 일환이다. 이날의 마지막 순서는 한국의집 예술단의 삼고무였다. 예술단 공연은 축전 기간 덕수궁 내에 재현되는 협률사에서 만날 수 있는 최초의 유료공연 ‘소춘대유희’의 일부다. 협률사는 1902년에 현재의 서울 정동 새문안교회 자리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극장으로 고종 때 황실공연장으로 이용됐다. 소춘대유희는 기녀들의 춤과 판소리, 곡예 등 전통연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종합공연이다. 이날은 연희만 즐겼지만 궁중문화축전 기간 협률사의 공연이 올려질 덕수궁에서는 실제 협률사를 가건물로 세울 예정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궁중문화축전은 이날 선보인 공연 7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경복궁에서는 ‘신산대놀이’, 창덕궁에서는 ‘왕실 내의원 체험’, 창경궁에서는 조선시대 효도 공연인 ‘양로연’, 덕수궁에서는 ‘가배차로 배우는 고종’, 경희궁에선 씨름의 유네스코 등재 기념 ‘어린이 씨름 한마당’, 종묘에선 ‘종묘제례악’ 등이 펼쳐진다. 이날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자원봉사자인 화원(畵員) 역할로 참여했던 30대 후반의 직장인 박혜성(가명)씨는 “관객 입장과 다른 관점에서 궁궐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어 참여했는데 궁중문화체험이 외국인 친구들과 나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