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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스위스 사람들은 여름맞이로 분주해진다. 그동안 입고 있던 무겁고 두꺼운 옷들을 벗어 던지고 본격적으로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준비를 마친다. 길었던 겨울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순간이다. 호수나 강가에서 친구들을 만나 수영을 즐기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끊임없이 걷기도 한다. 또 광합성을 즐기며 볕 좋은 공원에 마음껏 앉아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스위스의 천혜의 자연을 먼저 알아본 것은 150년 전 영국인들이었다. 영국의 안개 자욱하고 으슬으슬한 겨울 대신 햇살 가득한 스위스에서 겨울을 보내는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폐 질환으로 고생하던 영국 귀족들은 회복을 위해 스위스 산을 찾았고, 이것이 바로 겨울 관광의 태초가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도 기관지염 때문에 스위스에서 휴양과 치료를 했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백혈병에 걸린 뒤 말년을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으며 보냈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시 부인의 치료를 위해 스위스에서 머물며 '위대한 개츠비'를 탄생시킨 영감을 얻었다.
여름이 되면 얼어붙었던 눈이 녹으며 산과 들, 호수와 강에서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스위스 사람들은 도심 속 강과 호수를 적극 활용한다. 스위스에는 가정집에 에어컨이 따로 설치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집에서 벗어나 더위를 식히러 강과 호수로 모인다. 취리히의 강과 호수 곳곳에는 40여 개 수영 시설이 있어 쉽게 수영을 즐길 수 있으며, 1200여 개 분수 역시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관광객은 목이 마르면 언제라도 분수에서 물을 바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높은 물가로도 유명한 스위스에서 작은 물병 하나만 들고 다닌다면 물값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
긴 겨울 동안 따스한 햇살에 목말랐던 스위스인들은 도심 속 공원을 찾아 광합성을 즐기기도 한다. '인젤리(Inseli)'는 루체른에 있는 공원으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휴식 장소다. 이 작은 공원은 루체른 기차역 뒤에 있는 호수에 접해 있는데, 그늘이 잘 지고 경치도 좋아 여름이면 현지인들이 모여 햇살 맞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특히 스낵바가 4 월부터 9월까지 오픈하는데, 저렴한 음료와 편안한 음악을 선보여 인기다.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스위스인들은 비싼 레스토랑보다 뷰가 좋은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샌드위치나 음료를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스위스를 여름에 방문한다면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며 공원 위에 마음 놓고 누워 햇살을 즐기거나, 호숫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인 스위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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