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한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간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된다. 박삼구 회장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결국은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에서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놓을 자구안이 마땅치 않은 금호=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 6일 종료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과의 재무개선약정(MOU)을 1개월 연장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측이 기존 MOU 만료 전 자구계획을 내기로 했지만 시간을 더 준 것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그에 맞는 확실한 자구안을 가져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을 더 줬지만 금호측이 내놓을 자구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주주인 박삼구 회장이 내놓을 수 있는 사재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뿐이다. 하지만 그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31.1%)은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지분의 일부(21.02%)도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산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개편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회사가 보유한 자산도 많지 않다.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지분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 “아시아나, 반드시 살려야 하지만…”=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접근하는 원칙은 우선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처럼 파산하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싣고 나르는 항공사는 화물을 실고 다녔던 해운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삼구 회장이 이를 이용해 ‘벼랑 끝 전술’을 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박 회장측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실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잇따라 박 회장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되는 시나리오도 정부는 피하고 싶어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파이프를 꽂고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된다”며 “산은이 맡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브리지(중간다리) 정도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는 이미 아시아나매각?=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시장’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신뢰를 회복할만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면 채권단의 지원이 모두 채무상환에 쓰이게 된다”며 “(금호측이 내놓아야 할 자구안은) 시장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시장성차입이 많은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뜻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만큼 결국 시장에 달렸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금호측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호측이 자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결국 매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최 위원장이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시장은 ‘매각을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K그룹, 한화그룹 등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후보군의 이름까지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고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키든지 아니면 그룹 전체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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