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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땅콩회항'부터 '조양호 별세'까지…한진그룹 사건사고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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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가족 연쇄 갑질에 뿔난 여론…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까지 곡절 겪은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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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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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미국에서 요양생활을 하며 건강을 회복하던 중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한진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일흔살에 세상을 떠난 조 회장의 말년은 사실 편치 않았다. 2014년부터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가족과 경영권 문제에 시달렸다. 한 달 전에는 주주의 반대로 대한항공 대표이사(사내이사) 연임에도 실패했다.

◇부인·딸들의 연쇄 '갑질'…뿔난 국민들=시작은 2014년이었다.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인천행 항공기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삼아 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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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리턴'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2014년 12월17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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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곧 '땅콩회항' 사건이 됐다. 한진그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 회장은 이 일을 직접 사과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2018년 또다시 갑질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였다. 논란은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수병을 던지고 얼굴에 물을 뿌리는 갑질을 했다는 익명게시판 제보로 시작됐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약 2주 만에 조 회장은 장녀와 차녀가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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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 갑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해 5월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폭행 및 업무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고개를 숙인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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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에도 갑질 제보는 끊이지 않았다. 대한항공 직원들로부터 익명의 제보가 쏟아졌다. 결국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도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 전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폭행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한항공 직원들은 얼굴을 가린 촛불집회를 열었고, 한진 오너일가는 각종 혐의로 경찰, 검찰, 세관, 공정위 등의 조사를 받았다.

◇갑질 나비효과…경영권 유지 실패로=조 회장도 각종 의혹 제기에 당국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조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총 274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고 봤다. 이 의혹은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데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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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가 결정되며 총회가 끝난 뒤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총회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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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을 앞두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 결정을 받아들었다.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지는 분위기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발동이 연임 실패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도 조 회장의 근심거리였다. 이들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12.8% 보유하면서 경영권 공격을 강행했다. 조 회장은 지분 보유기간(6개월) 미달을 내세워 KCGI의 한진칼 주총 주주제안은 방어했지만 대중들의 경영권 문제제기를 들어야 했다.

대한항공 주총 당시 조 회장은 연임 실패를 예견한 듯 주총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는 미국에서 요양생활을 이어갔다.

이에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잃은 뒤 조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숙환을 이기지 못하고 8일 새벽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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