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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조양호 회장 별세] 항공·운송 외길경영…KAL, 글로벌사로 키운 항공산업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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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조양호 회장은 누구

위기때마다 과감한 결정 ‘성장 기폭제’

올 6월 ‘IATA 제75차 연차총회’ 도 유치

한국 스포츠 발전에도 앞장선 ‘체육인’

헤럴드경제

한국 항공산업의 큰 별이 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8일 새벽 0시 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1949년 3월8일 인천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경복고와 인하대 산업공항과를 졸업한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한진정보통신 사장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차례로 올랐다.

대한항공의 50년 역사 속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오랜 세월 함께 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 회장을 빼고는 대한항공 50년과 한국 항공산업을 논하기 어렵다.

조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ㆍ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조 회장은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쳐 실무까지 겸비했으며 항공ㆍ운송 관련 모든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했다. 이같이 한 길만 오롯이 따라온 전문성, 누구보다 먼저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과 결단력은 조양호 회장을 국제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한항공 운영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 대부분이 자체 소유 항공기였다. 이에 따라 매각 후 재 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고, 이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보잉737NG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큰 결정이었다. 결국 이들 항공기는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차세대 항공기 도입 결정도 마찬가지다.

2003년은 이라크 전쟁,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시기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시기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조 회장의 예견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고,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물론 대한항공은 적기에 차세대 항공기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조 회장 취임 5년 만인 2004년에는 대한항공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항공수송통계 국제항공화물수송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당시 19년 동안 이 부문에서 부동의 1위였던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을 제쳤기 때문에 세계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2010년까지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조 회장은 오는 6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제75차 연차총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IATA의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의 위원직을 20년 가까이 맡았다. 이는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IATA 연차총회를 개최하는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1969년 조중훈 창업주가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던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는 50주년을 맞은 올해 166대로 늘었고, 일본 3개 도시에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늘었고, 연간 수송 여객 숫자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늘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이끌면서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산업을 글로벌 도약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헤럴드경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의 주도로 2000년 6월 22일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사가 참여해 스카이팀을 창설했다.(맨위 사진) 2016년 6월 2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뒷줄 왼쪽에서 다섯번째)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총회에서 집행위원회 위원 및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가운데)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당시 서울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D-100일 유치 소망대회에서 인사말 하는 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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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활동 영역은 비단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를 스포츠에 접목시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했다.

특히 국가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대한체육회의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 추천을 수락하고 1년 10개월 동안 유치위원장으로서 50번에 걸친 해외 출장으로, 약 64만km(지구 16바퀴) 이동했다. IOC 위원 110명중 100명 정도를 만나는 등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이자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대한항공에 탁구, 배구 실업팀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체육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후원을 해왔다.

이처럼 대한항공을 세계적 항공사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자녀들 문제로 촉발한 일련의 사태에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인해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정환 기자/at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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