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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재계톡톡] ‘잔인한 주식시장’ 조양호 회장 별세에 계열사 주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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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4월 8일,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여 눈길. 이날 증시에서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전날보다 20.63% 오른 3만400원을 기록했고 한진 15.12%, 대한항공 1.88%, 진에어 3.4% 등 모든 계열사 주가에 빨간불이 켜져.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대로 된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 한진그룹은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정도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 업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

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조양호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약 3454억원.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양호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 이는 유가증권만 본 것으로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포함하면 상속세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조양호 일가가 상속세를 현금으로 미리 마련해놨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나 갑작스러운 죽음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추측.

그렇다면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두 가지인데, 조 회장 세 자녀의 지분율이 6.95%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 세 자녀의 한진칼과 한진 지분가치는 1200억원 수준으로 통상 주식 평가액의 50%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600억원가량 조달 가능. 나머지 1000억원 이상을 상속세 납부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데 5년 분할납부를 고려해도 쉽지 않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배당 증액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 주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려.

더욱이 2대 주주인 KCGI가 최근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 현재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 17.84%를 포함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28.95%를 오너 일가가 보유. KCGI(13.47%)와 국민연금공단(7.34%)의 합산 지분율은 20.81%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오너 일가가 최대 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

증권가에서는 조 회장 별세 이후 오너 일가의 지분율 변동에 따라 KCGI의 전략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상속세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의 주식을 추가로 매집해 세를 불린 후 기관투자자들 의결권을 넘겨받아 경영권 장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

[류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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