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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단독] "르노삼성 파업 지속땐 수출 8만대 날아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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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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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사가 9일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한다.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이번주 교섭이 회사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고비라고 보고 있다. 르노삼성에는 운명의 한 주가 되는 셈이다.

8일 르노삼성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번 교섭이 결렬되고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면 신차 'XM3'의 유럽 수출 물량 8만대가 날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연간 생산량 20만대가 무너지며 사실상 조그마한 내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사측은 임단협 재개에 앞서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XM3 수출 물량 8만대를 부산공장에 배정받으려면 노사가 하루빨리 교섭을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조의 협조를 요청했다. XM3는 르노삼성의 유일한 생산기지인 부산공장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생산할 신차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등 경영진은 최근 서울국제모터쇼에 나와 부산공장에서 한국 내수용 XM3를 4만~4만5000대 생산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내수보다 훨씬 큰 수출 물량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르노그룹은 임단협이 결렬되고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 XM3 수출 물량은 부산이 아닌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배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입장에서는 XM3 수출 물량 확보는 생존을 가를 만큼 중요하다. 올해 9월이면 닛산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르노삼성 위탁생산이 끝난다. 전량 북미에 수출하는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생산한 완성차 21만5680대 중 절반에 가까운 10만7251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르노삼성으로서는 내수용 XM3 4만5000대와 수출용 XM3 8만대 등 12만5000대를 모두 확보해야 로그의 빈자리를 메우고 약 22만대 생산량을 지킬 수 있다.

XM3 수출이 무산되면 기존 세단 SM 5·6·7과 SUV QM 3·6가 생산량을 유지해도 전체 예상 생산량이 약 14만대에 불과한 내수 기업으로 추락한다.

르노삼성 노조는 현재 시간당 생산량을 줄여서 근로 강도를 완화하고 작업 전환 배치 등 인사 사항에 합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는 것도 노조 요구안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산공장은 바야돌리드 공장 생산성의 60% 수준"이라며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이는 건 협상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노사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비관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노조는 9일 교섭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즉각 쟁의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결렬되면 9일 오후라도 즉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투쟁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기존에 해왔던 지명파업과 부분파업은 물론 천막농성, 옥외 파업 같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이 직접 방한하며 노사 교섭을 중재했지만 노사는 지난달 8일까지였던 임단협 타결 시한을 넘긴 지 한 달째다. 지난해 10월부터 노조가 지난달까지 약 210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사측이 입은 누적 손실액은 2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닛산이 올해 로그 위탁생산량을 전년 대비 4만대 줄인 6만대로 통보하면서 생산 감소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는 9월이면 위탁생산이 끝나는 데다 북미지역 완성차 수요도 둔화해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아서다. 부산공장은 이미 이달부터 로그 물량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은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면 최악의 경우 일시적 공장 가동 중지(셧다운)도 검토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는 현 주야 2교대인 생산직 근무 체계를 1교대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르노삼성은 "노조가 파업을 지속한다면 직원들에게 법정휴가와 별도로 존재하는 '프리미엄 휴가'를 다녀오도록 강제해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르노삼성 협력업체들 비명도 커졌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부품별 주요 협력업체 33곳을 조사해 이달 3일 발표한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돼 온 부분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 물량 감소를 겪었다.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대표는 "납품 물량이 40% 감소해 최근 300%에 달하는 근로자 상여금을 일괄 삭감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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