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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낙태죄 합헌’ 7년 만에 뒤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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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1일 위헌 여부 선고
재판관 구성 달라져 위헌 무게.. 헌법불합치 판결 가능성 관측


파이낸셜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으로 팽팽히 맞서온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1일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지 7년 만에 나오는 결정이다. 현재 헌법재판관들의 낙태죄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태아생명권 vs. 여성자기결정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2013년 동의 낙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앞서 A씨는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헌재는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낙태죄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여성단체를 비롯해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임신한 자에게 낙태죄를 묻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 때문에 음지에서 낙태가 이뤄져 수술 후 출혈 같은 후유증이 심해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이나 관리를 받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낙태죄를 폐지할 경우 낙태 시술이 일상화돼 여성 인권이 더욱 사지로 내몰릴 수 있는데다 남자친구에게 강요당해 낙태를 하는 경우가 늘어 더더욱 여성이 모든 결과를 책임지는 상황에 놓인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여기에 기독교계 등 종교계는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보다 중요하다며 위헌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보성향 우세… 위헌 가능성

법조계는 헌재가 이전 결정과 달리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위헌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등에서 드러난 6기 헌법재판관들의 낙태죄 관련 인식은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이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 재판관이 낙태죄 처벌에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고, 이종석·김기영·이영진·이석태 재판관 역시 처벌 필요성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6명이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요소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의 판단과 상관없이 위헌 결정이 가능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위헌 결정이 나온다. 일각에선 낙태에 대한 전면적 허용보다는 '임신 초기 낙태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일정 기한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방식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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