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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조정호 메리츠 회장,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키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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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보다 '흑기사' 가능성에 무게

이데일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배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고(故) 조양호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조정호 회장이 조카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돕는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설지, 행동주의펀드 KCGI와 손잡고 ‘흑기사(적대세력)’ 역할을 할지가 관심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2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우호세력 영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2대 주주인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원태 사장이 삼촌인 조정호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반대로 조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 조양호 회장과 재산 분쟁 벌인 이력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조양호·남호·수호·정호 4형제를 뒀다. 이 가운데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사망했고,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남았다. 조남호 회장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최근 경영권을 상실한 상태다. 백기사든 흑기사든 한진그룹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인물은 조정호 회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을 도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양호 회장과의 악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후 네 형제는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특히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진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조정호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을 도와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정호 회장의 실리주의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조남호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진중공업 위기 때는 “회사 돈이 내 돈은 아니다”라며 형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조정호 회장이 조원태 사장을 돕기보다는 KCGI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메리츠금융 측이 KCGI를 수 차례 접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메리츠 관계자들은 “접촉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180640) 지분 13.4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조정호 회장이 강성부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실리적인 사람인 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와 KCGI가 어떤 관계인지는 드러난 것이 없다”면서도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범LG 그룹인 LIG의 사모펀드 LK파트너스 출신이고, 조정호 회장의 부인(구자학 아워홈 회장 차녀인 구명진)이 LG가 사람이라는 연결고리는 있다”고 말했다.

◇ 조원태 사장 측 상속세 재원 마련 고심

한진그룹 오너 일가 중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한 인물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다. 그는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율은 2.34%로,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와 엇비슷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조양호 회장의 지분(17.84%)를 물려받아야 한다.

문제는 지분 승계에 따른 상속세 약 2000억원이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한진칼 지분 외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등 지분을 매각하면 약 7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는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주주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다. 한진 오너 일가가 백기사 영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조원태 사장 측이 대한항공(003490)과 협력 관계인 미국 델타항공 등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호 회장의 행보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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