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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낙태죄 선고' 헌재 앞 "태아 살인"vs"낳지 않을 권리 보장"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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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 보장해야"

"의사들도 낙태 후 고통 시달려"

오후 2시 선고 이후 대립 심해질 듯

경찰 150여명 인력 배치

아시아경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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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정동훈 기자] "누구도 태아의 편에서 말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여성들이 죄책감을 안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1인 시위자 황모(58)씨)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 그 몸에 새겨진 사회적 모순과 억압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합니다."(김종훈 대한성공회 신부)


형법 제269조1항과 제270조1항 이른바 '낙태죄'의 운명이 갈리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낙태죄 유지와 폐지를 각각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 인원은 낙태죄 폐지 쪽이 많았다. 낙태를 한 여성과 의사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낙태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30여명은 오전 9시부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주최 아래 릴레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청년, 종교계, 청소년, 사회단체, 의료계 등에서 나왔다.


시위에 참석한 대학생 최서현씨는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여성의 낳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재정립해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보건대학에 재학 중이라 소개한 한 학생도 "여성은 불법 시술대에 올라야 하거나 사기를 당할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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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선고를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소속 회원 강순원(73)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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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1인 시위자 4명이 헌재 건물을 바라보며 침묵 시위를 펼쳤다. 분당에서 온 1인 시위자 이모(49)씨는 "예전 직업이 간호사여서 낙태가 여성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고 있다"며 "의사들도 낙태 이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굳이 태아 살인까지 해야 하냐"면서 "자꾸 더 많은 문이 열리고 선들이 무너져 가는 것이 국민으로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날 1인 시위에 동참한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소속 회원 강순원(73)씨도 "낙태죄 폐지론자들은 태아가 사람이 아니라 세포라고, 임신부의 부속물이라고 보는데, 그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라고 했다.


찬반 시위는 선고가 나오는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고 분위기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이 선고 후 공식 기자회견을 준비한 가운데, 오후 1시부터는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과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에서 3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은 시위대 간 충돌 등 사태에 대비해 3개 중대 경찰 병력 150여명을 헌재 부근에 배치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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