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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임신초기 낙태, 이르면 내년 허용…헌재 “전면적 낙태 금지는 부당”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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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년만에 선례 뒤집고 사실상 낙태 부분 허용 결정

-국회,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 22주 이내 범위 입법 마쳐야

헤럴드경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낙태죄 처벌규정을 내년까지만 잠정 적용하고, 임신 22주를 넘기지 않은 초기 임산부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 처벌 현행법 내년 입법 때까진 잠정 적용= 이날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초기 임산부에게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형법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만일 시한까지 법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낙태죄에 관한 조항들은 2021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잃어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헌법불합치는 현행 규정을 잠정적으로 유지하고 국회에 시한을 정해 입법을 촉구하는 형태의 주문이다. 단순 위헌을 하면 근거 조항이 아예 사라져 법적 혼란과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하는 조치다.

다만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 낙태죄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법원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 14건 중 대법원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태죄 법조항은 법률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태아 생명권 보호해야 하지만 22주까지는 임신부 결정권 우선”= 이날 헌재는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입법취지를 충족한다면서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형벌 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처벌되는 사례도 극히 드문 반면 부작용이 커 현행법을 유지할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낙태 수술과정에서 의료사고나 후유증 등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려우며,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하므로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은애,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입법을 기다릴 필요 없이 위헌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별도의 입법적 조치를 취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 “태아 성장 상태에 따라 생명권 보호 크기 다르지 않아” 반대의견=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낙태 금지 조항이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며, 임신 중의 특정한 기간 동안에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인 A씨는 2014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 환자의 부탁을 받아 낙태한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A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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