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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태아도 의식이 있을 텐데"...낙태죄 논란 남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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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임신 22주 내외를 '임신초기'로 규정

독일은 12주 이내, 영국은 24주 이내 '분분'

의학적으론 12주↑ 태아 자아인식 구조 갖춰

미국에선 낙태 24시간 전 '숙고제도' 도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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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낙태가 허용되는 ‘임신 초기’가 어느 시기까지 볼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헌재는 이날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라고 언급했다. 이 기간에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시기는 ‘임신 24주 내외’다. 이 시기 태아는 허파를 구성하는 폐포가 될 종말낭이 형성되지 않아 자궁에서 배출되면 독자 호흡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임신 초기를 24주까지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도 부모가 신체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거나 강간 등에 의해 임신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이런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영국에서도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4주 이후에는 산모 건강·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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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 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까지의 낙태는 자궁천공이나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 낙태수술에 의한 합병증 우려가 적다는 점 역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12주’라고 보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 조항을 폐지한 아일랜드가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독일이 임신 12주 이내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입법 과정에서 참고 사항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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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원하는 임산부가 실제 낙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낙태 결정 숙고제도’ 도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허용이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아니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낙태 결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텍사스 주가 낙태 수술 24시간 전에 반드시 뱃속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임산부가 이 초음파 화면을 보게 하는 것도 ‘낙태 결정을 바꿀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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