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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단독] 끝모를 파업에 생산절벽…르노삼성 `셧다운`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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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 29일부터 5월 3일까지 5일간 부산공장을 셧다운(일시 가동 중지)한다. 닛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 물량 감축 쇼크에 이어 노조 파업까지 장기화하자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날 르노삼성 경영진은 오는 29~30일, 다음달 2~3일 공장 단체 휴가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노조와 부산공장에 통보했다.

회사가 법정 연차 외에 복지 차원에서 제공했던 '프리미엄 휴가'를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자의 날(5월 1일)'도 자연스럽게 비가동 일정에 포함해 셧다운 기간은 총 5일이다.

생산 감축 본격화로 이달 중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극적으로 타결해도 셧다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길어지는 노사 간 줄다리기에 지친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차기 수출 물량마저 르노삼성에 주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초 회사는 더 이상의 파업을 막기 위해 셧다운이라는 압박 카드를 꺼냈지만 노조가 진짜 파업을 재개하면서 셧다운이 현실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9일 임·단협 집중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나자 10일과 12일 주야 4시간씩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셧다운의 발단은 노조가 제공했지만 파업 장기화로 인한 생산 차질도 주요 원인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21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올해 1분기(1~3월) 파업 때문에 닛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위탁 생산량에 4800대 차질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주문량보다 4800대 덜 만들었다는 얘기다. 북미에 전량 수출하는 로그는 지난해 부산공장 전체 생산 차량(연산 21만대) 중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결국 닛산은 올해 로그 위탁 생산량을 전년 대비 약 4만2000대 줄인 6만대로 지난달 말 르노삼성에 통보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닛산이 통보한 감소 물량 4만2000대 중 1만8000대는 판매 부진 탓에 줄인 것이지만 나머지 2만4000대는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일본 규슈의 닛산 공장으로 돌렸다"고 반박했다. 자동차 업계는 노사가 이달 중 임·단협을 타결해도 감축된 물량이 많아 셧다운 방침을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르노삼성 노사가 힘겨루기를 이어간다면 더 큰 문제는 회사의 가장 현실적 구원책인 XM3의 유럽 수출량마저 물 건너간다는 사실이다. 크로스오버 SUV 신차인 XM3는 이달 25일께 부산공장에서 시험생산에 들어간다. 연 4만~4만5000대가량인 내수 물량은 이르면 내년부터 생산하기로 결론 났다.

그러나 르노 본사는 노사 교섭이 끝내 실패하면 연 8만대에 이르는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이 아닌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부산 최대 기업 르노삼성이 수출 기업으로 남느냐, 내수 기업으로 전락하느냐 갈림길에 선 셈이다.

르노삼성은 XM3 수출이 무산되면 기존 세단 SM5·6·7과 SUV QM3·6가 판매량을 유지해도 전체 생산량이 약 14만대에 불과해 '연산 20만대' 기준선이 무너진다. 르노삼성 한 협력사 대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내수를 위한 기지가 아니라 본사에서 발주하는 세계 수출용 차량 기지"라며 "노사 관계가 불안정해 수출 물량을 뺏기면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르노 본사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유럽 수출용 XM3 생산기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부산공장이 수출용 XM3 유치에 실패하고 예정대로 오는 9월 말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면 본격적인 생산절벽이 현실화한다. 자동차 업계는 결국 르노삼성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생산절벽이 실제로 닥치면 현재 2교대제로 운용하는 부산공장 근로 체계를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교대로 바뀌면 남는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줄여야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1800명 수준인 부산공장 생산 인력 중 수백 명이 과잉 인력이 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일단 12일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한 뒤 다음주 교섭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당초 요구했던 기본급 인상안을 철회한 만큼 근로 강도 완화 조치와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 합의권은 수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부산을 찾아 현지 르노삼성 협력사 관계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어 르노삼성 노사와도 개별 면담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이 장관에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협력사가 너무 어렵다. 지금도 애를 먹는데 파업이 지속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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