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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청소년 낙태 리포트⑥]헌법불합치에도…여전한 사각지대로 남은 ‘청소년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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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無性 존재 아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받는 사회적 낙인 사라지지 않아

-학교에서 실용적인 피임 등 성교육 실시해 충분한 정보 줘야

-개인적 일탈로 외면 말고 청소년의 실수 만회할 기회 마련해 줘야

헤럴드경제

일러스트=유성민 프리랜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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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에 대해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청소년 낙태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청소년은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했다’는 사회적 비난에 시달려야 하고 임신사실을 알리지 못해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임신 즉시 학업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기 힘든 청소년들의 양육 환경과 청소년들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사회적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성적인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을 성이 없거나 성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 성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교사로 36년간 근무한 정연희 한세사이버고등학교 교사는 “어른들이 청소년이 가진 성 욕구를 무시하는 게 문제를 키운다. 학생들은 더이상 성문제에 대해 어른들과 상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최소한의 정보를 주는 피상적인 학교 성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교사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란 교사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전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성관계를 해서 임신을 하게 되거나 낙태하게 되면 내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신과 임신중절을 청소년의 건강의 문제로 보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는 “청소년 임신에 대해서는 낙태를 종용하는 분위기이면서도 보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이라며 “청소년의 낙태문제는 학생들의 건강과도 관련됐다.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해결돼야 안전하고 비용을 마련하느라 수술을 못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 요양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임신청소년이 학업 등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송이 탁틴내일 기획실장은 “어른들이 청소년은 단순히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외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것은 이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임신청소년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사회 안전망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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