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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낙태 기록 남기자” VS “낙인 기록, 제 정신이냐”···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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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사실상 폐지된 낙태죄에 대해 찬반 양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낙태죄가 없어진 만큼 남여가 모두 낙태 기록을 남기자” 등의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낙태 의료기록을 낙인처럼 남기자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박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12일 그동안 낙태죄의 대상이 돼 왔던 여성들 사이에선 ‘헌재 결정 환영’ 여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이 “낙태 기록을 남기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회사원 이모씨(41)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하는 거야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남용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비공개를 원칙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이디 ‘whi****’는 “국민건강관리공단에 낙태 기록을 남겨서 평생 확인 할 수 있게 하자. 최소한 결혼 전 필요시 확인은 해 볼 수 있게 하면 여성들도 더 신중한 피임과 성관계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로 함께 기록하면 된다. 임신시킨 남자도 기록을 남겨놔서 여성만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은 “임신으로 억압할 수 없으니 기록으로 억압하겠다는 거냐”고 반발했다.

주부 정모씨(45)는 “낙태 기록을 만들자니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며 “여성의 낙태를 문란하고 책임감 없는 행위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씨(26)는 “기록을 남길 상대 남성이 동석을 희망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여성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낙태 기록은 남기자면서 코피노 아카이브는 왜그렇게 차단하려고 민원을 많이 내냐” “의료기록을 낙인처럼 남겨서 여자를 고르겠다는 발상”이라는 반박 글들이 올라왔다.

전날 헌재 결정을 계기로 임신 중절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5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임신 중절 약으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 목록에 포함시킨 바 있다. 국내에선 낙태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합법적 처방이나 복용이 금지돼 왔다.

누리꾼들은 “이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불법 사이트에서 노심초사하며 미프진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품 미프진의 국내 판매 개시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가짜 미프진이 판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회의 대체 입법 전까지는 불법인 상황에서 기대심리를 악용해 가짜 약품을 유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NS에선 “국내에서 임신 중절 약을 유통하는 업자들은 정품이 아닌 가짜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짜 약을 먹을 경우 임신 초기에 낙태가 안 될 개연성뿐 아니라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 등 전문가들도 가짜 미프진을 복용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경향신문

헌법재판소가 7년 만에 낙태죄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 환호.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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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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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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