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관 로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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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트랙 레코드(이력)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박 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신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이 박탈됐던 것처럼 부실화된 기업을 박 전 회장에게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대주주의 책임과 능력이 없다면 채권단 지원도 없다는 점을 또 한 번 분명히 한 사례로 기록될만 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을 때부터 대주주의 분명한 책임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박 전 회장의 배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은 이 같은 시각을 확고하게 했다.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5000억원을 요구했으며, 3년의 시간을 준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모두 '3년'을 왜 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것은 제시하지 않고 돈만 빌려주고 시간을 달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 (박 전 회장이) 다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일종의 이미지메이킹에 불과해 보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기까지 끌고 가면 정치적 배려로 경영권을 유지해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또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것은 박 전 회장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꼼수'로 비쳐졌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넘기고 퇴진했다가 다시 복귀한 바 있다. 복귀한 이후 금호 재건이라는 명분으로 무리한 영역 확장을 하다 재무구조 악화를 가져왔다. 금융당국이 '트랙 레코드'를 거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7년 9월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회생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수 차례 반려했으며 결국 박 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을 그리는 그림에는 박 회장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도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부실 기업에 대해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비롯해 분명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대주주가 아닌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아시아나항공에도 분명히 작용되고 있는 셈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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