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매출ㆍ자산 60% 아시아나항공이 담당…재계 7위서 60위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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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 금호산업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의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돈은 1조3000여억원에 이르고 당장 오는 25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팔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채권단에 결국 백기투항했다.
지난달 28일 박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뒤 그룹은 지난 10일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채권단에 5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그룹 자체의 3년간 자구계획과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경영 개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15일 그룹은 금호산업 긴급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을 내렸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시간이 없었나. 어떻게 보면 30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서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른지”라고 반문했다.
1988년 금호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제2 민항’ 아시아나항공은 30여년만에 그룹과 박 전 회장의 품을 떠나 새 주인을 찾게됐다.
1988년 2월 창립한 아시아나항공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83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며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국제선을 운영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6조212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 9조7329억원의 64%를 차지한다.
자산 규모 역시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한다. 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 경우 금호그룹 자산 규모는 4조5000억원대로 작아져 재계 60위권 밖으로도 밀려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ㆍ합병(M&A) 승부사로 불리던 박삼구 전 회장이 2002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세 확장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고, 당시 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재계 순위가 7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계열사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그룹은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의 꿈은 무산됐다.
재계와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 결국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에 이르게 한 중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아시아나도 살길을 찾고 금호그룹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신용등급 상향 등의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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