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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이 복잡하다.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짐짓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경영부실 등 리스크가 분명하지만 그룹 체질을 단숨에 바꿔놓을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이다.
15일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시장에 나온다면 자금 여력 면에서 SK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가 같은 톤의 발언을 했다. 반면 SK 관계자는 "항공기 부품·정비사업을 하는 한화가 시너지가 커 보인다"고 했다. 일단 상대를 추켜세우는 모양새다.
◇SK·한화그룹 "투자할 곳 많은데"…아시아나 부채규모도 부담= SK 엄살에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를 인수한하면 최종 판단은 그룹 고위층에서 하더라도 돈은 계열사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SK는 그룹 전반적으로 대대적 투자가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에 이어 5G 투자에 목돈을 썼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활을 건 투자를 진행 중이다. 가장 여력이 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투자 로드맵을 집행하기도 벅차다.
방위산업을 하는데다 항공기 부품 및 정비사업을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화지만 속내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나는 항공기 제조사가 아닌 항공사다.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겉보기보다 제한적이다. 그룹 정체성이 B2B(기업간 거래)에 맞춰져 있는 한화가 서비스사업에 진출한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게다가 한화는 조만간 본입찰이 진행되는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만큼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으로 투자 중인 태양광 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재계를 겸손하게 만드는건 아시아나의 '부실'이다. 부채만 7조원이 넘는데다 당장 올해 1조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사업구조도 취약하다. 보유 항공기 84대 중 61대가 리스다. 매년 수천억원을 리스비로 부담해야 한다.
매각 주도권을 박삼구 회장 일가가 쥐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3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 매각을 통해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지분 평가액에 프리미엄까지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승자의 저주를 넘어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적기 사업 매력적…애경·신세계·롯데 등도 후보로 거론 =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는 대단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자금력 있는 주인을 만나 증자로 부실을 정리한 후 LCC(저가항공사) 중복 노선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빠른 시일안에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대형 국적기 시장은 재계가 오래도록 발을 들이지 못했던 영역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진다. 적잖은 기업이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대규모 거래를 사전 교감 없이 진행했을 리 없다는 전망이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사 중 구체적인 자금 마련 방안까지 타진한 곳이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SK, 한화가 겉으로 손사래를 치는 것은 불필요한 사전 몸값 상승을 막기 위한 연막에 불과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분장이 진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5일 역시 빈소에서 취재진을 만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 "돈 만 주면 내가 사겠다. 돈이 없어 못 산다"고 했다. 농담이지만 허 회장의 말이 아시아나를 보는 재계의 솔직한 시각일 수 있다.
국내 1위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인수 후보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그룹의 위상 자체가 달라진다.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 신세계와 롯데, CJ그룹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편 한화그룹은 "현재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관심 없으며,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경희 기자 cheerup@,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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