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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프랑스인에게 노트르담은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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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세기 지어진 고딕 건축물의 정수

프랑스혁명과 1·2차 세계대전에도 온존

“보는 이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장엄미”

마크롱 대통령 “온나라가 불타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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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만큼 프랑스를 대표하는 곳은 없다.”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발생한 화재로 지붕과 첨탑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프랑스인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인류 문화유산이다.

프랑스의 앙리 아스티에 기자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 온라인판에 쓴 ‘노트르담은 프랑스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적 상징으로서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요한 라이벌인 에펠탑은 건축된 지 한세기 남짓밖에 안되지만, 노트르담은 1200년대부터 파리에 우뚝 서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걸작 <노트르담의 곱추>로도 유명한데, 프랑스인들은 이를 간단히 ‘파리의 노트르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날이 저물도록 센 강 강변에 모인 프랑스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은 터져나오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채 검은 연기가 밤하늘로 피어 오르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침묵 속에서 바라봤다. 상당수 시민들은 나즉한 소리로 라틴어 성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기도 했다고 <프랑스 24>방송이 보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국왕 루이 7세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해 1345년 완공된 고딕 양식 건축물의 정수로 꼽힌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가리킨다. 그래서 ‘노트르담’이란 명칭이 붙은 성당은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도 여러 곳이 있으며,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의 정식 명칭은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이다. 그러나 흔히 노트르담 대성당 하면 파리의 성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한다.

이번 화재에 앞서 노트르담 성당이 심각한 훼손을 입은 것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성난 군중이 성당 정면 외벽에 장식됐던 ‘성인들의 석조상’을 파괴했을 때가 마지막이다. 1871년 파리 코뮌 봉기 당시엔 프랑스 민중들의 사회주의 자치정부 청사로 쓰였다. 20세기 들어 포격과 폭격이 난무했던 1, 2차 세계대전 때에도 대성당은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랬던 건물이 어처구니 없게도 화재 사고로 흉물스럽게 불타버린 것을 보는 프랑스인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하는 게 힘들 정도다. 아스티에 기자는 <비비시> 기고에서 “프랑스 사람들 중 파리 도심을 흐르는 센 강 옆길을 걸으며 장엄하게 솟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위용에서 정신의 고양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파리 시민들에겐 파리에 거주하는 것에 뿌듯함을 안겨주는 몇 안되는 경치라는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매년 2000건 안팎의 미사가 봉헌되는 천주교 신자들의 성소이자, 세계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려야 할 명소로 꼽힌다. 프랑스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 공간이자, 1991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의 충격을 “온나라가 불타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그래서다. 유네스코의 오드리 아줄레 사무총장은 15일 “유네스코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소중한 인류 유산을 구하고 복구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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