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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진가 4男 조정호 "대한항공 경영권 방어 지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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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한항공은 지난 3월 4일 서울 공항동 본사 격납고에서 전현직 임직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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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냇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15일 밝혔다. 조 회장은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한국경제에 "메리츠금융그룹은 전업 금융그룹으로 앞으로도 금융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백기사나 흑기사 역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날 인터뷰에 대해 "철저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조정호 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대신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현재 경영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조 사장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 받으려면 20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도 상속세를 낼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2.31%, 2.30%를 갖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 2대 주주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로, 한진칼 지분 13.47%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매입을 통해 대한항공 경영권에 적극 참여하려는 의사를 가진 펀드사다.

조정호, 장례 2일차에 조문…조양호 회장과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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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 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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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회장이 이런 입장을 밝히기 전부터 재계에서는 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을 도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한진가 형제의 사이가 평소에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아버지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뒤 한진가 네 형제(조양호·남호·수호·정호)는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특히 조정호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정호 회장의 실리주의 노선도 이번 중립 선언에 한몫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정호 회장은 네 형제 중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진중공업 위기 때 "회삿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며 형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호 회장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최근 경영권을 상실한 상태다.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2006년 사망했다. 그래서 한진그룹을 도울 여력이 있는 건 조정호 회장이 유일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정호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 만에 조문을 하고 갔다.

"금산분리 원칙 때문…개인 지원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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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진 사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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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정호 회장의 뜻을 공식 전한 김 부회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있는 상황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뿐만 아니라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 개인 자격으로도 제도적으로 (한진칼에) 투자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는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선대 회장이 창립한 기업이어서 조정호 회장도 당연히 한진그룹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도 "그것은 선대 회장에 대한 마음일 뿐 현실적으로 투자 의사 결정과는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 조정호 회장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조정호 회장이 조카인 조 사장을 돕기 위해 다른 우호적 투자자를 설득하는 등의 계획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정호 회장은 어떤 방법이든지 조 사장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정호 회장이 중립을 선언하면서 조 사장이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인 미국 델타항공 등 외국 기업이나 금융회사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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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일인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회장의 운구가 장지로 떠나기 전 유가족들이 고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오른쪽) 대한항공 사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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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는 16일 마무리됐다. 한진그룹 일가는 이날 오전 조 회장의 발인을 마쳤다. 이날 발인식에는 조정호 회장도 참석했다.

조 회장의 운구차는 서울시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둘러본 뒤 장지로 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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