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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잠 못 자고 괴성” “죄책감에 자책"…진주 아파트 주민들 ‘흉기난동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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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방화 흉기 난동사건’이 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 화단 바닥에 18일 희생자가 흘린 핏자국과 주인을 잃은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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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악~하는 소리를 질렀어요. 무서워 벌벌 떨면서 울더군요”, “사건 이후 딸이 저녁이 되면 섬뜩하고 무섭다며 바깥에 나가지도 않으려고 한다”.

지난 17일 ‘흉기 난동 사건’으로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12살 한 여학생과 같은 학교 친구를 둔 아파트 주민 김 씨 부부의 아들은 악몽으로 밤잠을 설쳐 부모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김 씨는 “매일 학교에 오가고 동네에서 만나던 친구가 끔찍하게 희생됐다는 것 자체가 우리 아이에겐 정말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방화 흉기 난동을 부린 범인 안모(42) 씨 바로 옆집인 407호 주민 송모(82) 씨는 충격이 더 컸다. 송 씨는 “아들이 옆집에 불이 났다며 깨워 남편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며 “계단으로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몸을 떨었다.

불이 난 맞은편 동에 사는 오모(62) 씨는 사건 이후 딸이 저녁이 되면 무섭다고 바깥출입을 일체 하지 않으려한다며 “그날 너무 끔찍한 상황을 목격해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지난 17일 새벽에 일어난 끔찍한 흉기 난동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흉기 난동으로 희생된 여성·어린이·학생·노인들의 충격은 더 크다.

사건이 발생한 진주의 한 아파트에는 피의자 안 씨가 불을 지른 4층 집과 불이 번진 위층 등 곳곳에 여전히 시커멓게 탄 흔적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피범벅이던 303동 비상계단은 대부분 물청소를 해 흔적을 지웠지만, 벽 등에는 여전히 일부 핏자국이 남아 있다. 아파트 외부 출입구 쪽에는 당시 희생된 주민이 흘린 혈흔과 벗겨진 신발도 그대인 상태다.

아파트 청소원은 “피범벅이 된 계단을 청소하면서 희생된 주민들이 자꾸 떠올라 내내 왈칵 눈물이 났다”며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의 심리회복지원센터,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진주보건소 등에서는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 주민 심리치료 작업에 들어갔다.

한 심리치료 활동가는 “희생자 유가족과 다른 이웃 주민들이 충격과 함께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심하면 치료까지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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