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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진주 방화·흉기 난동', 당시 119녹취 들어보니…"몇 층이냐" 질문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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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검게 그을린 진주 방화 아파트. 진주=연합뉴스


경남 진주 주공 아파트에서 불을 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0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충격적인 사건의 119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당시 신고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접수된 119신고는 5번이었다.

이날 걸려온 신고 전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사고 현장 상황이 상당히 긴박하며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신고자가 신고한 시각은 오전4시29분25초로, 신고자는 “불이 났다”고 말했다. 이에 119근무자는 어디냐고 물었고, “가좌동 3차 주공 빨리 좀 오세요”라고 하자 119근무자는 “몇 동이냐. 몇 층이냐”고 되물었다. 신고자는 “303동 4층”이라고 답했다.

이후 두번째 신고는 6분 뒤인 4시35분40초에 걸려왔다. 신고자는 “여기 가좌 주공 3차 아파트인데요, 사람이 다쳐서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119근무자는 “303동 맞냐”고 확인했고, 신고자가 “맞다”고 답하자 “2층으로 가면 되냐”고 다시 물었다.

두번째 신고자는 “2층인가 3층인가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119근무자는 “안그래도 전화 받고 출동 중이다. 환자 분은 좀 어떠냐”고 물었다. 신고자가 “찌르는지 어쩌는지 엉망이 됐다”고 하자 119근무자는 “빨리 가고 있다. 경찰에서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신고자는 “303동 중앙계단에 가봐라. 2층 계단에”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

사람이 다쳤다는 신고에 이후 5분 쯤 지나자 세 번째 신고자는 “가좌 주공 3차 아파트에 불났는데 왜 119가 안 온다”며 119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119근무자가 “지금 차 출동했고, 가고 있다”고 말하자 신고자는 “한 대도 안와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답했다.

119근무자는 세번째 신고자에게 “연기가 나냐. 화염이 보이냐”고 물었다. 신고자는 “9층인데 연기가 너무 심해 자다 깼다”고 답하자 119근무자는 “9층이냐.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람들 비명 지르고 돌아다니는데 119가 한 대도 안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번째 신고 전화는 오전 4시35분36초에 걸려왔고, 신고자는 먼저 “가좌 주공 3차 303동인데요, 여기 불났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119근무자는 “지금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응했다. 이어 “이상한 아저씨가 있는데 (아저씨한테) 몇 명이 칼에 찔렸다”고 말하자 119근무자는 “경찰하고 같이 가고 있다. 일단 대피부터 해라”고 답했다.

4시39분03초에 걸려온 다섯 번째 신고에선 비명이 이어졌다. 신고자가 119근무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119 와주세요. 119 빨리. 303동 빨리요. 계단에 아저씨 제발요”라며 다급하게 요청했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에 119근무자는 “아파트 앞에 소방차 도착했다. 지금 몇 라인에 있냐”고 물었고 신고자는 “몇 라인이 아니고 303동이라고. 지금 애가 칼에... 어떻게 숨을 안 쉰다고요”라고 말한 뒤 또 비명이 이어졌다.

119근무자는 또 다시 “몇 층에 계시냐”고 물었고 신고자는 “2층, 3층 계단에 다 찔렸다.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9근무자는 다시 “몇 층에 계시냐”고 되물었고 신고자는 “303동 2층, 3층 계단”이라고 답했다. 119근무자가 다시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이 다섯 번째 신고자와의 전화는 끊겼다.

세계일보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진주=연합뉴스


앞서 이날 피의자 안모(42)씨는 오전 4시25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에는 김모(65·여)씨와 손녀 금모(12)양은 목숨을 잃었으며 금양의 어머니는 심한 중상을, 사촌언니도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이날 숨진 10대 고교생 최모(19)양은 시각장애인으로 밝혀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경찰은 안씨를 현주건조물방화·살인 혐의로 체포했고, 안씨는 체포된 직후 범행 동기로 임금체불 등을 거론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질환 전력이 드러났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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