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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警, '진주 방화·살인' 계획 범행에 무게…또 '예고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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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5명·부상 15명 총 20명 사상…사망자 모두 여성·학생·노인

"올해 들어 7번 경찰조사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 없어"

민갑룡 청장 "신고처리 적절성 여부 등 진상 조사할 것"

이데일리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씨가 지난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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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방화 사건으로 20명(사망 5명·부상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5명 가운데 4명이 10대와 여성, 고령인 노약자인 만큼 상대적 약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사건 피의자가 이번 범행 전 주변의 신고로 올해에만 경찰 조사를 7번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화재 2차 감식·사망자 부검 실시…이르면 18일 중 구속 여부 판가름

18일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주공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의 사상자가 총 20명으로 늘어났다. 사망 5명을 비롯해 중·경상 6명, 연기 흡입 9명이다. 경찰은 현재 화재 2차 감식과 함께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오전부터 피의자 안모(42)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안씨는 지난 17일 오전 4시 30분쯤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4층 자신이 사는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계단으로 대피하던 이웃들을 흉기 2자루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10대 여학생 2명과, 50대·60대 여성, 70대 남성 등 피해자 5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임금 체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어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망상·환청 등이 함께 나타나는 정신 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안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범행 3시간 반 전에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이 휘발유를 아파트 4층 자신의 집에 뿌리고 현관문 앞에서 신문지로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쓴 흉기를 2~3개월 전에 미리 구입한 정황 등을 봤을 때 ‘우발적’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고 범행을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수 차례 민원 제기했지만 묵살”

유가족들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가족들은 “전에도 안씨가 찾아와 행패를 부려 신고했더니 출동한 경찰이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해 자비로 CCTV를 설치했다”며 “이후 안씨가 위협하는 장면이 찍힌 CCTV화면을 경찰에 보여줬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건 발생 전 안씨와 관련된 경찰 신고가 총 7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안씨가 거주한 406호 위층인 506호 관련 신고만 4건에 달했다. 506호 입주민은 50대 여성과 시각장애인 조카로, 조카는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고 50대 여성은 중상을 입었다.

유가족들은 경찰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담당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관할 동사무소와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조현병 전력 재판에 큰 영향 없을 듯”…경찰 “유가족 전담 경찰관 배치 등 수사 전력”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안씨의 재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전력이 있었던 만큼 형량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씨는 2010년 폭력 혐의로 구속돼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감호소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2015년에는 정신병원을 찾아가 입원했고 2016년 이후 치료받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현병 전력 자체로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현병과 범죄 연관성이 입증된 경우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형사재판 약 51만건 중 조현병에 의한 범죄는 76건으로 전체의 0.01%에 불과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현병 자체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율은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낮다”고 말했다.

안일한 대처로 예고된 인재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 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오후 4시 기준 2만 7000여명이 동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진주한일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며 “조사해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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