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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그놈(묻지마 살인 피의자) 얼굴 공개된다, '하인리히 법칙' 눈치 못챈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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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오늘 오후 2시 피의자 안인득씨 얼굴 공개

발생 전 8번 대형사건 발생 징후경찰 미온 대처

유족들 발인 연기하고 "국가 공식 사과 후 발인"

중앙일보

18일 오전 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안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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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인 안인득(42)씨의 얼굴이 19일 오후 2시 공개된다. 경남경찰청이 전날 외부위원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안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공개 대상은 이름·나이·얼굴 등이다. 하지만 안씨 얼굴 사진을 별도 배포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안씨가 범행 당시 다친 손을 치료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갈 때 마스크 등을 얼굴로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아 언론에 공개되는 방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여전히 범행동기와 사건 당일 동선 등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 안씨의 정신과 심리상태 분석을 하며 살인 동기를 밝혀낼 계획이다. 경찰은 안씨가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산 점, 대피하는 주민의 급소를 노린 점 등을 토대로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안씨는 지난 17일 ‘묻지마 살인’을 하기 전 7개월 동안 주민과 수시로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경찰에 접수된 신고 건수만 8건이다. 당초 경찰은 올해 7건의 신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추가로 지난해 한건의 신고가 더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이 사건에도 적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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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위층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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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이 벌어진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에서 안씨에 대한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지난해 9월 26일. 안씨가 사는 303동 406호 바로 위층에 사는 506호 주민이 “현관문에 누가 대변을 칠해놨다”고 신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씨의 존재를 잘 몰랐던 506호 주민은 출동한 경찰에게 “의심 가는 사람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도 아파트 안팎의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하고 현관문에 칠해진 대변의 유전자(DNA)까지 검사했지만,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약 4개월 뒤인 올해 1월 17일 안씨는 진주자활센터에서 직원을 때려 또 신고를 당했다. 당시 안씨는 직원이 커피를 타 주자 “마시고 몸에 부스럼이 났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며 직원을 폭행해 벌금형(300만원)을 받았다. 2월 28일엔 안씨가 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출근하러 나선 506호 주민에게 계란을 던져 신고를 당한 일도 있었다. 506호 주민이 계란을 맞지 않아 경찰은 따로 입건하진 않았다.

3월 3일에도 아파트 506호 주민이 “누군가 현관문에 간장을 뿌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506호 주민은 안씨를 의심했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었다. 경찰은 당시 506호 주민에게 CCTV를 설치해 둘 것을 권했다고 한다. 같은 달 8일엔 아파트 303동 건물 앞에서 안씨는 이 아파트 302동에 사는 다른 주민과 시비가 붙어 또 경찰 신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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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위층 거주자를 따라가 벨을 누르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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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같은 달 10일 이번엔 안씨가 진주시 상대동 한 술집에서 불법 주차 문제로 손님, 업주와 시비가 붙어 신고가 들어왔다. 안씨가 한 손에 망치를 들고 다른 사람들을 때렸다는 신고였다. 안씨는 경찰에 체포돼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됐고 벌금형(200만원)에 처했다.

3월 12일엔 아파트 506호 주민이 “안씨가 현관문에 간장을 뿌렸다”고 신고했다. 안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현재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다. 바로 다음 날인 같은 달 13일에도 층간 소음 문제로 506호 주민과 다퉜다. 서로 피해가 없어 따로 사건이 처리되진 않았다.

안씨에 대한 크고 작은 신고가 계속 이어지다 결국 지난 17일 참극이 발생했다. 안씨는 이날 오전 4시25분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무차별로 찔렀다.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로 인해 대형 참변이 벌어지기 전 특정 인물에 대한 신고가 지속해서 이뤄졌지만,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에만 안씨와 관련된 신고가 5번이나 있었다면 집중 관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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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진주 묻지마 살인 피해자 합동분향소에 찾아온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 [중앙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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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진주경찰서 정천운 형사과장은 “관할 지구대에서 어떤 인물에 대한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는 내용을 공유할 순 있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신고가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해서 해당 인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5명 중 3명의 발인은 당초 19일에서 20일로 연기됐다. 희생자 유족 측은 이와 관련해 19일 “이번 사건이 국가적인 인재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으로 사과하여라”며 “경찰청장이나 서장 등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으면 발인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말했다.

진주=위성욱·이은지·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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