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남녀간 성 갈등 매우 심각해
전문가, 다양성 존중하고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예쁘다고 말도 못합니까?”, “그게 얼굴 평가라고요”
얼굴 평가(이하 얼평),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인터넷 댓글을 통한 남녀 갈등 등 이른바 일상 속 젠더 갈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집단 문화인 한국 사회에서 특히 갈등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길 제언했다.
최근 한 익명 커뮤니티 앱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예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얼평이라고 지적했고, 글쓴이는 예쁜 것은 사실이고, 사실을 말도 못하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이 누리꾼은 바로 그게 얼평이라면서,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논란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확산하면서 여전히 논란 중에 있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역시 일상 속 젠더 갈등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해당 좌석은 강요가 아닌 말 그대로 배려석인데, 이곳에 앉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과, 임산부로 보이는 여성이 있으면 양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폭행 사건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6년 8월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임신 27주 여성은 일면식도 없는 노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노인은 이 여성에게 진짜 임산부가 맞냐면서 수 차례 자리 양보를 강요했고, 임부복을 걷어 올리고 복부를 폭행했다. 결국 이 노인은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경찰 신고로 다음 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인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젠더 갈등은 극단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2016년 7월에는 속칭 ‘오매가패치’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등장,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이 몰래 찍힌 사진들이 올라왔다.
‘오메가’란 온라인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해당 계정의 주인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녀갈등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분석 전문 업체 타파크로스를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회 이슈 가운데 남녀 갈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분석 대상은 2017년 7월~지난해 말까지 1년6개월간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에 달린 빅데이터 1억2000만 건이다.
사회 분야에서는 젠더(gender·性)에 관한 이슈는 상위 10위 중 6개로 나타났다. 이 중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은 2위에 올랐다. ‘미투 운동’은 성희롱, 성추행 등을 사회에 고발하는 운동으로 지난해 수 많은 ‘미투’가 불거졌다.
4위인 ‘구하라 남자친구 폭행 사건’과 5위 ‘이수역 폭행사건’은 남녀 간에 벌어진 폭행 사건으로 ‘이수역 사건’의 경우 사건의 경위를 둘러싼 치열한 남녀 공방이 일었다. 6위에 오른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또 7위인 ‘낙태죄 폐지 논란’, 9위인 ‘한샘 몰카·성폭력 논란’도 젠더와 관련된 남녀간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젠더 갈등은 특정 법안 입법 과정서도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YTN’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 포인트), 찬성 60.7%, 반대 25.4%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의 찬성 여론이 각각 91.5%, 75.2%로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20대 남성(26.2% vs 61.7%)과 30대 남성(32.3% vs 50.6%)에서는 반대 여론이 더 많아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리얼미터는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20대와 30대 남녀 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2030세대에서 남녀간 성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관한 국가 책임을 명백히 하기 위한 법률이다. 지난해 12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문가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 등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본성 중 일부는 ‘편 가르기’ 심리가 있다면서 이 가운데 외모로 편을 가르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집단 주의 사회다보니 혼자 목소리를 내기보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더 증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세대간 갈등, 남녀 갈등 등 양극화가 지속해서 일어나고, 결국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외모 등)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고,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