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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라이온 킹' 1회당 옷 300번 교체…분장은 스텐실로 찍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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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드림씨어터 백스테이지 투어…"장애인석·女화장실 충분히 마련"

연합뉴스

뮤지컬 '라이온 킹'의 화려한 오프닝
[클립서비스 제공] Photo by Joan Marcus ⓒDisney



(부산=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공연 2시간 30분 동안 300번 정도 의상이 교체됩니다. 배우 25∼30여명이 이 공간을 계속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무대 위 동선뿐 아니라 백스테이지 동선을 배우는 것도 아주 중요한 작업이죠."

뮤지컬 '라이온 킹'의 팀 루카스 퍼핏&마스크 팀장은 지난 19일 취재진과 함께한 백스테이지 투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라이온 킹'은 5월 26일까지 계속된다.

팀 루카스 팀장과 네이선 스미스 매니저의 안내로 둘러본 무대 뒤편은 첨단 기술과 스태프의 땀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형형색색의 의상과 가면들이 전문가의 손길을 만나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 그 자체로 변신하고 있었다.

이들은 "의상에 붙은 구슬 하나도 다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공연 도중 떨어질 때도 있는데, 매일 오전 9시부터 의상팀이 와서 보수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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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자주 퍼핏을 다듬는 스태프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은 배우들이 자기 신체와 2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퍼핏(손 등 신체 일부를 결합해 조정할 수 있는 인형)을 결합해 동물들을 표현한다. 새들은 배우가 연날리기를 하듯이 긴 막대를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에 의해 하늘을 날고, 가젤이 떼로 몰려다니는 장면은 배우가 천천히 자전거를 미는 동작으로 구현된다.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줄리 테이머는 이 같은 방식을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 이벤트'라 부른다.

팀 루카스는 "'더블 이벤트'를 통해서는 배우와 퍼핏이 함께 보인다. 퍼핏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한꺼번에 보인다는 게 특이한 점"이라며 "캐릭터 '티몬'은 일본 전통 인형극 분라쿠(文樂)에서 조작 방식을 차용했고, 인도네시아 인형극도 참조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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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무파사의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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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스카의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라이온 킹' 도입부에서 가장 먼저 좌중을 압도하는 건 기린이다. 배우가 긴 목 마스크를 쓰고 높은 기린 다리 위에 올라 네 발로 걷는다.

팀 루카스는 "마스크는 탄소 섬유로 제작돼 매우 가볍다. 사람 뼈가 부러졌을 때 사용하는 의료용 소재인데, 배우들의 머리에 딱 맞게 제작됐다"며 "일반적으로 탄소 섬유 수명은 2년인데 매일 작동하기 때문에 저마다 수명은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린 마스크도 나무처럼 생겨서 무거워 보이지만, 실은 탄소 섬유로 만들어졌다. 기린 다리는 계단식으로 돼 있는데, 배우들이 다리를 먼저 밟고 올라선 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린 걸음걸이는 '기린 캣 워킹'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연습을 아주 많이 해야 익힐 수 있다. 배우로서는 중력이 바뀌는 셈이고, 힘을 어디 실어야 할지 처음엔 모르기 때문에 연습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화장도 중요한 작업이다. 주연 배우들 분장에는 40∼45분이 걸리지만, 앙상블들이 중간에 서둘러 배역을 바꿔야 할 땐 3∼4분밖에 여유가 없다.

팀 루카스는 "앙상블을 위해 '라이온 킹'은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미리 분장된 스텐실 같은 것을 얼굴에 찍어서 앙상블들이 빨리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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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날라와 심바
[클립서비스 제공] Photo by Joan Marcus ⓒDisney



부산 최초의 뮤지컬 전용 초대형 극장인 드림씨어터는 1층 1천46석, 2층 402석, 3층 272석으로 총 1727석 규모다. 휠체어 좌석은 총 18석 운영한다. 여성 화장실을 넉넉하게 마련한 것도 드림씨어터의 자랑이다.

드림씨어터 김정현 운영대표는 "1, 2층만큼이나 3층 객석도 애정을 갖고 디자인했다. '라이온 킹' 경우 1층 맨 앞자리 티켓은 17만원이지만 3층은 5만∼6만원이다. 그 가격으로 공연을 보시더라도 감동은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샤롯데씨어터를 디자인했던 김 운영대표는 "연말 드림씨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는데 얼마나 많은 분이 오겠느냐. 부산 관객의 분위기는 서울 객석 어디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뜨겁다"며 "3층에서 보시는 분들도 앞자리에 누가 앉든 시야 방해를 받지 않고, 좋은 소리를 들으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경태 기술총괄감독은 "이 극장의 콘셉트는 '비어있는 것'"이라며 "어떤 세트, 어떤 음향, 어떤 조명 장비가 들어와도 매달고 걸 수 있게끔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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