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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1727석 초대형 뮤지컬 극장…부산의 갈증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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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드림씨어터 앞에 선 설도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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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산 관객은 유독 뮤지컬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부산비엔날레가 자리 잡으며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욕구는 늘어났지만 세계적인 뮤지컬 공연은 가까이서 만나기 어려웠다. 대형 뮤지컬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이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4일 부산 남구 문현동에 새롭게 문을 연 부산 드림씨어터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상 7층(객석 3층)에 1727석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이 외에 국내에서 1700석 이상을 보유한 공연장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뿐이다. 드림씨어터의 출현으로 인해 부산·경남권에 퍼져 있는 관람객 수요가 유입되고 서울-대구-부산으로 이어지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경부선 라인업'이 완성될 전망이다. 해외 뮤지컬 월드투어의 시작 도시로 부산을 점찍을 가능성도 커졌다.

부산관광공사와 협업해 일본·중국인 관람객 유치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드림씨어터 극장을 설립한 설도권 대표(56)는 국내 뮤지컬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공연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클립서비스' 대표이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캣츠' 등을 국내에 들여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회사의 한 해 매출에 맞먹는 300억원의 투자를 감행해 공연장을 설립한 데에는 그간의 쌓이고 쌓인 경험들이 있었다.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제품을 관객에게 유통시키는 건 공연장입니다. 작품을 올리기 위해 항상 대관 전쟁을 하죠.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도 중요하다는 건 제작사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뼈저리게 느끼실 거에요. 결국 프로듀서가 원하는 좋은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는 "프로듀서가 공연의 전체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면 파워게임에서 굉장히 큰 힘이 된다"며 "20년 넘게 국내 뮤지컬 시장을 지켜봐왔고 특히 대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 시장을 두드려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한하게 꿈꾸고, 제약 없이 본다(Dream Infinity, See Infinity)'를 모토로 삼은 공연장답게 하나하나 신경 써서 설계한 흔적이 보인다.

드림씨어터의 자랑은 '모든 관객을 위한 차별 없는 퀄리티'다. 객석 곳곳엔 음향 인테리어를 통해 특별히 완성된 서라운드 스피커가 숨겨져 있다. 설 대표는 "공연장 어느 좌석에 앉든 좋은 소리를 듣고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며 "특히 3층에 앉았을 때도 티켓 값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객석에 앉았을 때 눈에 들어온 건 관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의자 디자인, 머리 위까지 솟은 커버, 손잡이 길이와 쿠션 두께 등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연출진과 공연 스태프들을 위한 배려다. 무대 뒤 작품의 탄생을 위해 노력하는 제작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700㎏이 넘는 무대 배튼(batten·무대장치용 승강 장치)을 설치할 수 있는 그리드와 분당 108m 속도로 이동 가능한 전동 플라이 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 창작자의 작품 의도에 맞게 무대연출이 가능한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230평(760.33㎡)에 달하는 무대에선 웬만한 연출을 소화할 수 있다. 김정현 드림씨어터 운영 대표는 "(현재 공연 중인) '라이온 킹'을 받아낼 수 있으면 거의 모든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공연이든 부산에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씨어터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막을 내리는 오는 5월 말 다시 극장 문을 닫고 재정비에 들어간다. 관객 서비스와 기술적인 면에 대한 추가 의견을 반영해 3개월 동안 전면적인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뮤지컬 '스쿨 오브 락'과 '오페라의 유령'이 각각 9월과 12월에 부산 관객을 최초로 찾는다.

[부산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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