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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용역입찰 뒷돈·조합자금 횡령…10여억 챙긴 재개발 조합사무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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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차린 업체 낙찰받게 꾸며 60억 공사 수주하기도

변호사 사무장 "수사 무마해주겠다"…8800만원 수수

뉴스1

(기사 본문과 관계 없는 사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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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경기 의정부 재개발 지역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내정된 업체가 용역 낙찰받게 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와 조합이 계약을 맺게 해서 조합 자금 수억원을 빼돌리는 방법 등으로 10여억원을 챙긴 조합 사무장 2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박현철)는 미리 정해진 업체가 낙찰을 받게 하고 이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입찰방해·변호사법 위반)로 의정부 A지역 재개발 조합 사무장 박모씨(52)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조합이 몰래 용역계약을 맺게 한 뒤 조합 자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의정부 B지역 재개발 조합 사무장 신모씨(51)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뤄진 업체 입찰에서 신씨 등의 도움을 받아 미리 정해진 업체가 낙찰되게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동서 등을 동원해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회사를 차려 놓고 건설기술자격증을 빌려 6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도 받고 있다.

또 신씨는 자신의 대학 동기로부터 변호사 명의를 빌려 A·B 지역 재개발 조합의 수용재결·명도소송 용역을 따내고 이 명목으로 10억여원의 대가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는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수용재결과 명도소송 업무는 법률사무로 분류되어 있어 변호사만 관련 사무를 할 수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주관리·정비기반시설공사·범죄예방 등의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맥을 동원하거나 명의를 빌려 들러리 업체들을 세우고, 이 업체들이 과거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는 소문 등을 흘려 미리 정해진 업체가 낙찰을 받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 중에는 신씨가 운영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와 박씨의 동서 홍모씨(54)는 이 대가로 신씨로부터 3억5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홍씨는 신씨에게 5481만원을 따로 받기도 했다. 또 홍씨는 신씨와 김모씨(42)가 같이 운영하는 회사가 낙찰을 받게 도운 뒤 김씨에게 6640만원과 함께 3646만원 상당의 에쿠스를 제공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씨는 조합에서 정비기반시설 공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아예 자신이 차린 회사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회사였지만 박씨는 업체를 인수해 건설기술자격증을 빌린 뒤 60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들러리 업체들이 동원됐으며, 박씨 등은 업체에 공사 수행 능력이 없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하도급했다. 검찰은 관할 관청에 건설회사 종합건설면허를 취소하라고 이 사실을 통보했다.

신씨는 조합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조합장과 이사들이 법률 사무에 밝지 않다는 점을 노리고 조합 자금을 빼돌렸다. 신씨는 나머지 조합 임원들 몰래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조합이 '프로젝트 관리'(PM·Project Management) 계약을 맺게 하고 조합 자금 4억1430만원을 계약 명목으로 빼돌려 유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전까지 이런 종류의 계약은 수사 범위 안에서 확인된 바 없다"며 "재개발 관련 업무가 전반적으로 잘 진행되게 한다는 취지의 계약이지만 범위가 모호했고, 실제로 계약대로 이뤄진 내역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신씨는 재개발 과정에서 매수인들에게 불필요한 명도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이 사건을 일부러 잘못된 사건분류로 접수한 뒤 사건이 재배당되게 만들었다. 사건이 재배당되고 나서는 재판이 2개가 된 것처럼 속여 소송비용을 두 배로 청구하는 방법으로 조합 자금을 빼돌렸다.

이밖에 신씨는 자신의 대학 동기인 변호사 김모씨(49)로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빌려서 A·B 지역 재개발 조합의 수용재결·명도소송 용역을 수주받고 그 대가로 10억2882만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도 변호사 명의를 빌려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아울러 검찰은 해당 지역 재개발 조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무마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800만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 사무장 박모씨(56)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그는 박씨 등을 상대로 검찰 수사관과의 친분이 있다고 과시하면서 수사를 무마하거나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대체로 범행을 인정했고, 변호사법 위반 부분은 범죄수익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전형적인 재개발 비리인데 조합 내부에서의 실질적 감시·감독과 외적인 관리·감독 부분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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