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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 주동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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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2일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

개학 연기 투쟁 등 “공익을 해하는 행위”

특별회비 조성해 “목적 이외 사업 수행”

한유총은 “국가권력 횡포”라며 행정소송 방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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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하며 ‘개학 연기’ 사태까지 일으켰던 사단법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끝내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당했다. 이로써 1995년 설립 이래 유아교육 분야의 대표 단체로서 지위를 누려온 한유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오후 “민법 제38조에 의하여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결정하고 이를 한유총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애초 한유총에게 설립허가를 내준 주무관청으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설립허가를 취소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유치원 ‘개학 연기’ 투쟁과 몇 년 동안 반복적으로 벌여온 집단 휴·폐원 등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에듀파인 의무 적용 등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해오던 한유총은 유아교육법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3월4일 유치원 개학일을 집단적으로 연기하는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청문 과정에서 한유총은 “유치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일 뿐 법인이 강요한 적 없다”고 항변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앞선 2월27일 한유총 이사회에서 ‘개학 연기’ 투쟁을 결정했고, 유아와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고통과 대체 보육·돌봄 시설을 찾아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집단 휴·폐원을 반복적으로 벌여온 것, 단체 대화방에서 ‘처음학교로’(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참여 거부를 담합하거나 ‘유치원 알리미’ 정보공시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고 부실하게 공지한 것 등도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회원들의 사적인 특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벌이는 등 애초 설립허가 신청 때 명시한 것과 다르게 ‘목적 이외의 사업’을 주로 해왔다고 판단했다. 한유총은 설립허가 신청 때 △유치원의 진흥에 관한 연구 △유아교육 교직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연구 개발 보급 △연구 발표회 및 강연회 개최 등을 목적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연평균 6억2000만원 안팎으로 모금한 회비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이런 사업을 수행한 비율은 8% 안팎에 불과했다. 대신 임의로 정관을 개정해 해마다 일반회비의 50%가 넘는 3억원가량의 특별회비로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2015년), ‘사립유치원 생존권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2017년) 등의 사업들을 벌여왔다.

조희연 교육감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유아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 그리고 사회질서 등 공공의 이익을 심대하고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행위를 한 한유총에 대해, 법인 설립허가 취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한유총은 앞으로 법원의 감독 아래 법인 청산·해산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한유총이 “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한 결정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그에 앞서 법적인 공방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한유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의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는 민간을 향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이자, 반민주주의적인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개학 연기 투쟁은 일선 유치원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을 뿐 아니라, 개학일은 유치원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으므로 ‘준법투쟁’”이었다는 것이 한유총 쪽의 주장이다.

다만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처럼 대표성을 지닌 ‘대체’ 단체가 만들어진 데다가 회원들이 스스로 한유총을 떠나는 등 한유총의 내부 분열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법적 공방의 결과와 무관하게 한유총이 과거와 같은 대표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유총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 지회장들이 한유총을 탈퇴한 바 있다. 한유총을 탈퇴한 유치원장들에겐 서울시교육청에서 설립허가를 받은 한사협에 가세하거나, 아예 지역 단위로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뭉치는 등의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한사협 쪽에서는 “아무래도 지역 단위를 넘어선 전국 단위의 대표성을 지닌 단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사협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진원 전 한유총 인천지회장도 최근 한사협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고 한사협 쪽은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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