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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스리랑카 ‘부활절 비극’, 종교 갈등 이용한 종파정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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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소수 종교 갈등 빈번

동남아시아 지역 집권세력, 유권자 표 위해 종파 강조

서울경제


3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가 소수파인 가독교도를 노린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각국의 뿌리 깊은 종교적 갈등을 이용한 종파정치가 이번 테러를 비롯해 특정 종교 신도를 타깃으로 하는 폭력 사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를 비롯해 인도·인도네시아·미얀마·방글라데시 등에서 집권세력의 권력 유지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민족주의와 종파적 정체성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 소수 종교 신도들이 종파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종파 갈등이 더욱 커지면서 소수교도들의 대한 테러 공격이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지역 언론들은 전날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 8곳에서 연쇄 폭탄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290여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연쇄 폭탄테러와 관련된 스리랑카인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 용의자 중 한 명이 폭탄을 터트려 경찰관 3명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발 사건 가운데 6건은 자살폭탄 테러라는 정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장관은 부활절 기독교 신자들을 노린 점을 감안해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AFP통신은 이번 테러 발생 열흘 전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인용해 경찰 간부들에게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인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이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하면서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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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앞으로도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기독교 등 소수종교가 정치적 이유로 폭력 및 테러에 더욱 노출 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테러는 세속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민족적·종파적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적 호소력이 커지면서 종교적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리랑카에서는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불교도들을 등에 업은 정치 세력들이 과거 영국 식민통치 시대를 강조하며 기독교 등 소수 종교계 주민들을 식민시대의 유물로 몰아 세우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불교도와 힌두교(12.6%), 무슬림(9.7%)은 종교적 분파는 다르지만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등의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공통적으로 개종을 강요한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스리랑카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집권당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신앙을 이용해 대립을 부추기면서 상대적 소수인 무슬림과 기독교 주민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인도 내 기독교 단체들이 개종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도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 부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등을 내세우며 탄압을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온건 노선을 추구해왔던 무슬림 정치인들이 보수진영 표를 확보하기 위해 강경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교회 수백여곳을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파키스탄에서도 기독교로 개종한 수천명이 억압을 피해 태국으로 달아났고, 지난 2017년에는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로 70여명이 사망하는 등 기독교 등 소수 종교세력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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