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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봉준호의 진화 확인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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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일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배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왼쪽부터). [사진 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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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영화에 나오지 않습니다. 캐릭터들 몸에 기생충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아주 위생적으로 완벽한 캐릭터들입니다."

22일 오전 서울조선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일곱 번째 장편 제목과 관련해 이처럼 운을 뗀 뒤 "영화 보고 나면 (제목 의미를) 여러 모로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입으로 말씀드리긴 조금 쑥스럽다"고 했다. "아, 예고편에 나온 박정자 선생님 내래이션은 안타깝게도 본편엔 안 나와요. 박 선생님이 '왜 영화 찍을 때 말고 예고편 때 연락하느냐'고 그러시더군요."(웃음)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5월 14~25일) 경쟁부문 진출을 최근 확정 지었다. 경쟁작 면면은 지난해보다 화려하다. '기생충'을 포함해 19편으로,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 켄 로치의 '소리 위 미스드 유', 테런스 맬릭의 '히든 라이프' 등은 칸영화제 작품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의 신작이다. 이외에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인 앤드 글로리', 짐 자무시 '더 데드 돈트 다이', 그자비에 돌란 '마티아스 앤드 막심' 등도 만만찮다.

봉 감독의 칸 진출은 2년전 '옥자'에 이어 다섯 번째. 수상 경험이 없는 그는 "상 받을 가능성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리스트가 어마어마하잖습니까. 대학교 때 영화 배우면서 접한 감독님이 다 포진해 계시더군요. 그 틈바구니에 낀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러면서도 "배우들 수상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너스레를 떨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배우들에게서 나온다고 저는 믿거든요. 캐릭터별 분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배우가 마치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듯 놀라운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웠어요. 그 중심엔 영화 전체 흐름을 규정하는 송 선배(송강호)의 위력이 있죠."

'기생충'은 두 가족이 나오는 희비극이다.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가족과 자수성가형 기업 CEO 동익(이선균)네 가족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사이 좋게 사는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명문대생 친구 도움으로 동익네 집에서 고액 과외선생 자리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봉 감독은 "독특한 상황이 연쇄되지만 사실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이야기"라며 "보고 나서 오만 생각이 다 들길 바란다"고 했다.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6년 만에 함께했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읽을 때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이번에 받았다"고 했다.

"봉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칸 입성이 올해가 다섯 번째인데, '밀양'(2007)과 '박쥐'(2009)가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상을 각각 받았었죠.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웃음)

올해 칸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영화는 '기생충'을 비롯해 마동석이 주연한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연재광 감독의 '령희'(학생경쟁 부문 '시네파운데이션') 등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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