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외국인 투자자, '가격 규제' 文 금융정책 걱정 크더라"(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정부 2년, 금융정책 평가와 과제

"수수료 인하 등 가격 규제 걱정 커"

"프로젝트 단위 혁신금융 정책 필요"

"대출 외에 회사채 시장도 육성해야"

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IBK 기업은행 본점 영업부를 방문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기업설명회(IR) 등에서 만난 외국인 투자자들은 (문재인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 혁신금융 정책 필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는 업계의 고언(苦言)이 쏟아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2년을 맞아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각 업권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연 행사였는데, 업계의 날선 목소리가 더 주목을 받았다.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시장의 평가에 맡겨보자”며 주가를 언급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1년 가까이는 기대감 때문에 올랐고 그 이후 많이 꺾였다가 최근에는 다시 횡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그룹의 주가는 올해 20~30% 이상 하락해 주주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조 소장은 “IR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걱정이 있다”며 △가격과 수수료 개입 등 금융 규제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낮은 배당 성향 △계속 낮아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 등을 거론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정책 과제로 금융 혁신을 꼽았다. 그는 “당국이 금융 샌드박스 등을 적극 발굴하는 것은 좋은 신호”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규제가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회사 등에 비해 기존 금융사들이 혁신 기회를 덜 받았다는 점을 조 소장은 특히 강조했다. 기회가 전 금융사에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또 “금융 소외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어렵게 소득을 창출해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던 채무자들의 상실감, 다시 말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도 항상 염두에 두며 정책 강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문재인정부가 (혁신금융과 포용금융 등) 정책 방향은 잘 설정했다”면서도 “수수료 인하 등 가격 개입이 시장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혁신금융에 대해서는 “(스타트업 같은) 작은 회사만 그 대상이 아니며 대기업도 참여 여지를 둬야 한다”며 “기업의 크기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정책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구 센터장은 또 “해외에 진출할 때는 은행보다 규제가 적은 비(非)은행이 유리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의 경우 열에 아홉은 망할 수 있어 금융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창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회생 부문을 보완한 상황에서 금융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출 외에 회사채 시장도 육성해야”

앞선 주제 발표에서도 시장 기능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건전성,공정성,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정책들은 국제 흐름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금융산업의 시장 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공급 및 가격 결정은 최대한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금융기관 대출 외에 중장기적으로 고수익 회사채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성장은 기업의 잠재력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즉 스케일업(scale-up) 여부에 달려있다”며 “스타트업 기업에서 스케일업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분 투자 이외에 부채성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약 3조4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3년(약 1조4000억원) 대비 2조원 증가했다. 그 덕에 국내 유니콘 기업도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L&P코스메틱, 쿠팡, 블루홀 등 6개사로 늘었다. 다만 선진국에 비해 벤처투자 비중은 아직 낮은 것도 현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액은 0.14%다. 미국(0.38%), 중국(0.48%) 등보다 낮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는 글로벌 대비 수익성이 낮고 주식시장에서 시장 평가도 좋지 않다”고 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