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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시중은행들 “대학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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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우량 고객 쉽게 확보 장점…‘큰 거래’ 자금 운용에도 효율적

안정적 수익처, 입점 경쟁 치열

약정금 수백억까지…과열 양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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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대학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은 지방자치단체, 병원과 함께 은행 기관영업의 큰 축이자 안정적인 수익처로 꼽힌다. 재학생 등 미래 고객과 교수, 교직원 등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등록금, 산학 협력금 등 굵직한 금융거래와 자산관리(WM) 서비스 등을 통해 효율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학에 기부금이나 약정금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을 제공하는 등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러한 부담이 향후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5개 은행의 국내 대학 입점 점포가 총 11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동국대 등 총 14개, 신한은행은 서울대 등 31개, KEB하나은행은 경희대 등 12개, 우리은행은 연세대 등 41개, NH농협은행은 충북대 등 19개 대학에 입점해 있다.

은행이 대학과 주거래 협약을 맺거나 입점하게 되면 대학교 기금 관리와 대학교 협력기관 자금거래, 교직원 전용 신용대출, 학생증 발급, 등록금 수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 등을 맡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대학이 여러 은행과 주거래 협약을 맺을 수도 있고, 주거래 협약을 맺었지만 은행이 입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입점 여부나 각종 금융거래 서비스는 주거래 협약 내용에 따라 서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주거래 협약은 국립대의 경우 4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하고, 사립대는 내부 규정에 따라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계약을 유지한다.

대학에 입점한 은행들은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유스(Youth)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친다.

국민은행의 대학생 홍보대사 ‘KB캠퍼스스타’는 KB국민은행 브랜드와 상품·서비스를 대외적으로 홍보한다. 국민은행은 이들 중 우수활동자에 대해 KB국민은행 입행 지원 시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우수활동팀에는 장학금 지급, 해외금융탐방 프로그램 참여 등 혜택을 준다. 하나은행은 대학생들의 상품 마케팅 경연부터 마라톤, 길거리 공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으로 대학에 입점하게 되면 잠재적 미래 고객을 포함해 교사와 교직원 등 우량 고객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대학에 입점하는 것이 유스 마케팅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은행들도 대학 입점과 관련된 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은 기관영업본부를 독립된 본부로 분리했고, 하나은행은 기관사업본부를 기관사업단으로 격상했다.

대학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대학 입점이나 대학과의 주거래 계약 유지를 위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기부금(또는 약정금)을 대학에 내고 있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규모가 큰 대학에 입점하려는 은행의 경우 계약기간에 따라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내는 등 기관영업이 과열되고 있다”며 “필요 이상의 경쟁과 비용 지불은 은행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합리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도록 관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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