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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고] 포장재 재활용, 모두가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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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상품 포장재가 각양각색의 재질로 출시되고 있다. 포장재의 다양성은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지만 재활용 업체로선 근심이 깊어진다.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도 재활용 공정에서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포장재 재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 보니 재활용 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포장재를 생산·수입하는 기업이나 업체에 일정 부분 재활용에 대한 의무를 지도록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각종 포장재로 인한 환경 문제에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수입하는 주체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는 환경 보전과 재활용 산업 육성에 근간을 두고 있다.

세계일보

서영주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제도 시행으로 버려지던 각종 포장재의 재활용률은 크게 높아졌다. 양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칭찬할 일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재활용 선진국처럼 재생 원료나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생산자는 제품이나 포장재를 만들 때부터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해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4월 17일 확정·공포했다. 이번 개정안은 페트병을 비롯한 9개 포장재의 재질·구조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 기준도 포함돼 있다. 페트병의 경우 몸체는 무색이어야 하며, 라벨(상품명이나 홍보문구를 담은 띠지)은 얼마나 잘 제거되느냐에 따라 네 개 등급(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을 매겼다. 이제 정부는 올바른 분리배출 요령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고, 기업체는 제조단계에서부터 포장재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해야 한다. 재활용업계도 새로운 재활용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적극 힘써야 할 때다.

지난해 ‘폐비닐 수거 중단 사태’를 겪으며 소비자도 분리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사태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재활용품을 모아서 내놓기만 하면 재활용이 잘되는 줄 알고 있었다. 좀 더 세심한 분리배출 실천을 위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이유다. 우유·두유곽, 페트병 등을 배출할 때는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종이(신문지나 책자)에 우유·두유곽을 끼워서 버리거나,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채 페트병을 배출하면 재활용 공정에서 품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우유곽이나 두유곽은 일반종이와 분리해 따로 배출해야 한다. 페트병 역시 라벨(띠지)을 몸통에서 제거하고 배출해야 질 좋은 재활용 원료로 재탄생된다. 소비자로서는 재활용 책임을 왜 우리한테 떠넘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 부류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든다 해도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흉내만 내는 분리배출도 재활용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올바른 분리배출 실천에 동참할 때이다

전국 곳곳에 쌓여 골칫거리가 된 쓰레기 산. 더 이상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품과 포장재를 만들 때 재활용까지 생각하고, 버릴 때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것이 답이다. 쓰레기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남의 탓으로 몰아 몰매질할 일도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생산자, 소비자, 재활용사업자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절실하다.

서영주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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