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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마이너스 수렁’에 빠진 수출… 반시장 규제부터 혁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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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반도체 쇼크로 수출이 ‘마이너스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9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0.5일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수출액은 11.5%나 줄었다. 지난해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한 반도체 수출은 또 24.7%나 감소했다.

우리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12.1% 줄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시장 내 자동차 판매 부진에 더해 중국의 경제성장세마저 꺾인 데 따른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은 6.3%로 전망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고질적인 통계분식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반도체 쇼크에다 중국 쇼크마저 전면화한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대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경기 불확실성이 대외적인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수출 불황과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급격한 수출 둔화는 금융시장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경제연구기관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위기가 멀지 않다는 신호다.

정부가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는 어제 “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미래형 자동차 등 3개 분야를 중점 육성하겠다”고 했다. 자다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깝다. 기업들은 반시장 정책에 멍들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친노조 규제로 대외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정부가 특정 산업 육성을 외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시대도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세력은 정치권·관료집단이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반시장·친노조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점 산업 육성을 외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춤출 수 있는’ 투자·경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반시장 규제부터 혁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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