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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상속세율 인하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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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술 축적은 기업의 오랜 전통 없이는 어렵다. 세계 장수기업 현황에 따르면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으로 5만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두산, 동화약품 등 2곳뿐이다. 세계적으로 1000년 이상 된 기업 8곳 중에서 일본이 7곳, 독일이 1곳이다. 두 나라 모두 세계적인 기술 강국이자 경제 부국이다. 기업 전통이 일천한 한국으로선 기술 축적을 위해 장수기업을 꾸준히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정반대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고율의 상속세를 피해 매물로 내놓은 알짜배기 회사가 수백개나 된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M&A거래소에 매각을 의뢰한 기업 730곳을 분석했더니 상속하는 대신 팔아서 현금을 물려주겠다는 기업이 118곳에 달했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매각이 속출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는 최고 세율이 50%이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더하면 65%까지 치솟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6%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에도 가업상속을 장려하는 제도가 있긴 하다.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통해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 가운데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 200억원, 20년 이상 기업 300억원, 30년 이상 기업 500억원을 상속재산에서 공제해준다. 하지만 혜택을 받으려면 10년간 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해서도, 직원을 줄여서도, 주업종을 변경해서도 안 된다. 지나치게 조건이 까다롭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니 상속·증여 편법이 횡행하는 것이다.

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의 거위’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청년층의 고용률이 상승하고 실업률이 하락했다고 반색했지만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혈세 투입이 중단되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와 경제성장률 제고도 기업의 건실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가업승계에 대해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측면만 보고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왔다. 마침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상속세 감면 조건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구가하자면 기업의 긍정적 측면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고율의 상속세율 인하를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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