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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F초점] "文, 김정은 대변인"에 이해찬 분노…황교안 '노림수'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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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발언과 관련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분개했다. /임영무·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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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vs 黃 대표' 대립 구도 만들 의도"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이란 표현을 야당 대표가 한다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는가. 정치를 처음 시작한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을 무엇으로 끝내려 하는가.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공식석상에서 분노를 표했다. 현안 관련 발언을 모두 마친 이 대표가 추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표현까지 담은 말은 황 대표 발언에 여권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일각에선 황 대표가 오히려 민주당의 이러한 반응을 기대했을 거란 관측도 있다.

논란이 되는 황 대표 발언은 당 차원의 대대적 장외 투쟁이 열린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였다. 빨간색 점퍼와 넥타이를 착용한 황 대표는 발언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연신 쓴소리를 토해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안보를 김정은에게 구걸하고 있다. 왜 우리가 구걸해야 되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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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3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나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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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의 대변인으로 빗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더이상 듣지 않게 해달라"고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연설 직후 청와대 한정우 부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유감을 표했고, 여권에서도 반발했다.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지나친 '색깔론'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은 "직접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외신(미국 블룸버그) 표현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20일) 황 대표 손엔 연설문이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황 대표는 분명 연설문을 읽으며 "김정은 대변인"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사전에 발언을 준비했단 의미다. 나 원내대표 논란 때와 달리 인용도 아니었다. 그는 직접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들도 충분히 (당 연구 기관인) 여의도 연구원에서 계산을 한 뒤 '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황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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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참관 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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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논란이 될 것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황 대표가 의도적으로 해당 발언을 한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먼저는 애초부터 황 대표가 정국의 구도를 문 대통령과 자신의 대립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발언했다는 시각이 있다. 즉 정치 공방의 링 위에 문 대통령과 자신을 올려놓음으로써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여권의 반응도 필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의한 파장은 오히려 여권에 손해였다. 자신들이 일을 키웠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던 황 대표 발언을 굳이 이 대표가 다시 꺼내서 노출시켰다. 근데 황 대표가 그걸 몰랐을 거라고 보진 않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통화에서 "(민주당이) 반발할 것을 알았을 거다"며 "정국구도를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대립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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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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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지층 결집의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한국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의 강경 발언을 통해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황 대표도 이를 내다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상대(여당)가 크게 반발한다는 것은 우리의 말이 팩트(fact·진실)란 것 아니겠나"라며 "색깔론이 아니라 최근 남북 관계가 실제로 진전이 없고, 정부는 북한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황 대표의 전략이 '악수'였단 분석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장외 투쟁의 (대상) 기준은 자기 지지층 플러스 알파(+α)가 돼야 하는데 황 대표의 발언은 설득력 없이 자극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고 평수를 늘리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한국당 내 비주류 등 합리적인 보수가 따르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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