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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세탁 가능한 섬유형 웨어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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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연구진이 세탁기에 넣고 빨아도 성능이 유지되는 섬유형 전자소자(사진)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옷 자체를 웨어러블 기기로 만들 수 있어 불편한 착용감 없이 심박수 같은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임정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실과 같은 섬유 형태로 옷감에 삽입해 세탁해도 성능이 유지되는 섬유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에 불을 켜고 사람의 심전도 신호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나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증폭시켜 주는 소자로 전자섬유 구현에 핵심적인 스위치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12일자에 게재됐다.

임 연구원은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는 대부분 옷감 위에 딱딱한 전자소자를 붙이거나 전도성 섬유로 이런 소자들을 단순 연결하는 형태여서 불편함이 있었다”며 “반면 섬유형 전자소자를 활용하면 하루 종일 옷만 입고 다녀도 되기 때문에 피로감을 덜 느껴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형 트랜지스터라고 하더라도 구동을 위해서는 높은 전압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류의 세기도 LED 같은 디스플레이 소자를 구동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특히 옷감에 삽입할 경우 내구성이 떨어져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전도성 실 표면에 유기반도체를 코팅해 전극을 꼬아 붙인 뒤, 다시 전극 위에 높은 정전용량을 갖는 이온젤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세탁 가능한 섬유형 트랜지스터를 처음 개발했다. 이 섬유형 트랜지스터로 저전압에서 얻을 수 있는 전류의 세기는 수 mA(밀리암페어) 수준으로, 기존 섬유형 트랜지스터의 1000배 이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섬유형 트랜지스터를 일반 실과 함께 사용해 직물을 만든 뒤 빨강, 초록, 파란 빛을 내는 LED 전구를 연결해 불을 켰다 껐다 하거나 사람의 몸에 붙여 심전도 신호를 측정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이런 성능은 세제를 넣은 물에 씻어낸 이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섬유형 트랜지스터를 1000번 이상 구부리거나 원통형 물체 등에 트랜지스터를 감아 7㎜까지 접었을 때도 성능이 80%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원은 ”그동안 전자섬유의 한계로 지적됐던 낮은 전류, 높은 구동전압, 세탁 내구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자 구조를 개발했다”며 “웨어러블 컴퓨터나 인체신호 모니터링 기능을 가진 스마트 의류 등 차세대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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